미국 4158 vs 한국 50.

美·中·日, 兆단위 양자컴 투자…韓은 5년간 490억
두 나라가 2026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수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 성능과 직결된다. 1개 큐비트가 늘어날 때 양자컴퓨터 성능은 두 배로 높아진다. 4158큐비트와 50큐비트는 ‘80배’가 아니라 ‘2의 80 거듭제곱’만큼의 천문학적인 성능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한국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세계적으로 크게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등 양자기술 산학연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를 주재한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한국 양자기술 분야 산업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아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물리학이 적용된 신개념 컴퓨터다. 슈퍼컴퓨터로 1만 년 이상 걸리는 연산을 10초도 걸리지 않아 해결할 수 있다. 기존 암호체계를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 신약 개발, 신소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의 양자컴퓨터 연구는 걸음마 단계다. 작년 4월에야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발표한 한국은 2026년 5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5년 동안 투자하는 정부 예산은 490억원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1990년대부터 양자컴퓨터 연구를 이어왔다. 미국은 2018년 12월 양자이니셔티브법을 통과시키고 5년간 정부 예산만 12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했다. 미국 정보기술(IT)기업 IBM은 2025년 12월까지 4158큐비트 양자컴퓨터 ‘쿠카부라’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BM은 2020년 65큐비트, 작년 127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했다. 올해 말 433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도 작년 10월 66큐비트 양자컴퓨터 ‘주충즈 2호’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은 통신회사 NTT, 도쿄대 등을 중심으로 2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차세대 양자컴퓨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한국의 양자컴퓨터 연구는 세계와 비교해 격차가 너무 심각하게 벌어진 상황”이라며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도 보이지 않아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