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로 '미지의 영역' 치매 치료…올해 日진출"
치매는 ‘미지의 영역’으로 불린다.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고, 발병 원인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서다. 지난해 세계 최초 치매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조건부 허가를 받은 바이오젠의 ‘아두헬름’도 효과 부족으로 부침을 겪고 있다.

치매 치료·예방 전문 한의원인 청뇌한의원이 이 시장에 복합 한약재 추출물로 도전장을 냈다. 박진호 청뇌한의원 대표원장(사진)은 최근 “100년 넘게 환자들에게 처방하며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본 ‘청뇌탕’으로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청뇌한의원은 원래 다른 한의원을 운영하던 박 원장이 치매 환자를 전문적으로 보기 위해 지난해 10월 설립했다. 청뇌탕은 박 원장이 이전에 몸 담았던 우보한의원에서 100년 전부터 처방돼온 약이다. 그는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이 개발하는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은 실제 임상에서 효과를 보지 못해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비해 청뇌탕은 실제 환자들이 복용하며 효과를 본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청뇌한의원이 지난 10개월간 청뇌탕을 처방한 환자 가운데 20% 이상이 현격한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이 중에선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 점수(30점 만점)가 17점(중등도 인지손상)에서 24점(경도인지장애)으로 크게 향상된 환자도 있다. K-MMSE는 치매 진단에 사용되는 검사법이다. 치매 중증도(CDR)가 4에서 1로 낮아지고, 망상·난폭행동 등 증상이 완화된 환자도 있었다.

청뇌탕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꼽히는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질을 감소시킨다. 청뇌탕의 구체적 기전을 밝히기 위해 세운 청뇌H&D의 이진혁 바이오연구소장(청뇌한의원 공동대표원장)은 “알츠하이머 치매 쥐 모델에 청뇌탕을 투여했더니 베타아밀로이드는 30% 줄어들었고, 타우단백질도 정상치로 돌아왔다”고 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 ‘저널오브알츠하이머디지즈’에 실렸다.

복합제제인 한약이 다각도로 치매 유발 요인을 건드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질 감소 이외에도 활성산소 감소 등 복합 기전으로 치매 증상을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박 원장은 “일본 업체에서 먼저 연락이 와 연내 일본 진출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논의 중”이라며 “일본에선 한약재로 치매를 치료하는 것이 보편화한 만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