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중은행, 페이코인 구원투수 될까…"실명계좌 제공 검토"
일부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암호화폐) 결제사업 중단 압박을 받는 '페이코인(PCI)'에 실명계좌 제공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발급 과정에서 통상 3~4개월이 걸리는 만큼 당국의 유예기간 부여가 뒷받침돼야 실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은 페이코인(PCI) 발행사인 '페이프로토콜'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 A씨는 "현재 내부적으로 페이코인 이슈를 확인하고, 실명계좌 제공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실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B씨는 "페이프로토콜이 사업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실명계좌가 새롭게 필요한 만큼, 실명계좌를 실제로 제공하기까지 3~4개월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며 "해당 기간이 보장되면 구체적인 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페이프로토콜은 이에 대해 "실제 복수의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논의를 위해 접촉 중"이라고 답했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페이프로토콜에 모회사인 다날과 다날핀테크도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다날과 다날핀테크가 페이코인과 원화의 교환 과정에 참여했으므로 가상자산 매매업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 매매업을 하는 사업자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 한다.

이에 페이프로토콜은 다날과 다날핀테크가 페이코인을 취급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변경 신고를 하고, 실명계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변경 신고 마감일이 오는 23일임을 감안할 때 열흘 만에 실명계좌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시중은행이 실명계좌 제공에 나서려고 해도 금융당국이 계좌 발급에 필요한 기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사실상 진행이 불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페이프로토콜에 사업 전개를 위한 최소한의 기회는 제공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가총액 2000억원에 달하는 페이코인의 발행사이자 사용자 수 250만명을 확보한 가상자산 결제 플랫폼인 페이프로토콜의 사업을 하루아침에 막는다면 투자자와 사용자에 갑작스러운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상자산 발행사 관계자는 "페이프로토콜이 일단 실명계좌 없이 신고서를 제출한 후 FIU와 실명계좌 발급 확보 기간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FIU 역시 투자자와 사용자의 피해를 고려해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유예기간을 제공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블록체인·가상자산(코인) 투자 정보 플랫폼(앱) '블루밍비트'에서 더 많은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지영 블루밍비트 기자 jeeyoung@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