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 난이도 바꾸는 해시레이트
가격 가늠할 이론적 기법

복합 변수 늘어난 암호화폐
금리·투자 심리도 주요 지표로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표시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들 시세.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표시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들 시세. 사진=뉴스1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 변동성이 커지며 ‘해시레이트’에 대한 투자자들 관심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각국에서 비트코인 채굴 금지 움직임이 시작되며, 채굴 난이도와 예상 채굴량을 가늠할 수 있는 관련 지표 분석에 눈길이 쏠리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이 이미 기성 금융시장 기법을 고스란히 적용받고 있어, 정확한 가격 예측을 위해선 해시레이트를 포함해 금리·기술주 동향 등 복합적 요소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트코인 이해의 '키워드', 채굴 난이도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채굴이 가능한 화폐다. 고성능 컴퓨터로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내면 보상으로 주어진다.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채굴 난이도가 어렵게 변화되는 점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들이 취하는 특징이다. 갑자기 많은 양이 시장에 풀려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계 당시부터 품고 있던 기본 장치다.

해시레이트는 암호화폐 네트워크가 난이도를 조절할 때 따지는 지표다. 암호화폐를 채굴하기 위해 전체 네트워크에 동원된 연산력의 합을 나타낸다. 해시레이트는 통상 1초당 해시값 계산 횟수의 총합을 표현한다. 쉽게 말해 채굴자들이 문제를 풀어내는 속도를 취합한 데이터인 셈이다.

최근 벌어진 카자흐스탄 인터넷 중단 사태는 해시레이트를 이해하는 주요 사례로 꼽힌다. 세계 2위 비트코인 채굴 국가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말부터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결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카자흐스탄 인터넷 통신사 카자텔레콤은 전국의 인터넷을 폐쇄했다.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는 즉각 변화를 나타냈다. 초당 약 191엑사해시(EH/s) 값을 유지하다가 172EH/s로 10% 가량 급락한 것이다.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현황. 블록체인닷컴 캡처.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현황. 블록체인닷컴 캡처.

해시레이트 급락은 연쇄 작용을 부른다. 함께 힘을 모아 연산력 지표를 끌어올리던 채굴자가 대거 이탈한 것과 다름없다. 카자흐스탄은 비트코인 해시레이트의 약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00명 중 18명의 채굴자를 잃은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채굴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론적으로 채굴 난이도 하락을 부르고, 비트코인을 쉽게 채굴할 수 있게 된 시장은 가격 하락을 맞게 되는 것이 기본 구조다.
증시 닮아가는 비트코인…고려 요소 늘었다
다만 최근 해시레이트 지표가 반드시 가격과 연동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해시레이트는 올 들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코소보, 이란 등 비트코인 채굴 금지 조치를 시행한 국가가 늘며 채굴업자들이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으로 이동을 가속화한 탓이다. 이들 국가가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하더라도, 채굴업자들은 전기료가 싼 제3국으로 장치를 이전하며 전체 해시레이트를 유지시킬 가능성이 크다. 블록체인닷컴에 따르면, 현지시간 23일 기준으로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는 191EH/s를 유지하고 있다. 1년 전보다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우리 돈으로 약 4200만원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20%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가격이 이미 기술적 요소로 설명되기에 너무 많은 변수를 지니게 됐다고 분석한다. 해시레이트의 이론적 기법이 아닌, 금리 상승이나 기술주 동향과 같은 전통 시장 지표가 더 큰 영향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달 비트코인 하락세의 주요 원인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중심에 서고 있다.

전명산 소셜인프라테크 대표는 “비트코인은 코로나19 발생 6개월 이후 기관투자자들 유입과 함께 전통 금융시장 기법을 그대로 적용받기 시작했다”며 “암호화폐 투자는 해시레이트 지표뿐 아니라, 증권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격 변동 요소들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이시은 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