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30년 전 연구한 진단 키트, 이젠 100개국 수출"
“30년 전 바이오니아의 시작은 대전의 농기계 창고였습니다. 점심값 2000원을 아끼려고 공장에서 밥을 해 먹던 시절이었죠. 그때 연구한 유전자증폭(PCR) 기술이 이제는 세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쓰이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수출하는 바이오니아는 국내 바이오벤처의 ‘시작’으로 불린다. PCR 기술 국산화를 목표로 1992년 국내 최초의 바이오벤처로 출발해 세계 100여 개국에 ‘한국산 코로나 PCR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런 성과 뒤엔 창업자인 박한오 대표(사진)의 ‘무모한 도전’이 있었다. 안정된 직장인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맨땅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벤처창업진흥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 17일 만난 박 대표는 “바이오벤처 1호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이번 기회에 인정받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니아는 진단키트 생산을 비롯해 프로바이오틱스, 신약 개발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핵심은 유전공학의 필수로 불리는 PCR 기술이다. PCR은 특정 유전자 서열을 증폭시키는 기술로, 미량의 유전자만으로도 유전자를 쉽게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 1992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소속 연구원이던 박 대표는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PCR 관련 장비와 시약을 국산화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는 “당시 기본적인 PCR 시약조차 수입에 한두 달씩 걸리는 일이 보통이었다”며 “이 때문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창업 관련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1990년대였던 만큼 모든 일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연구소 인근의 한 농가 창고에 겨우 자리를 잡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몸담았던 생명공학연구원을 비롯해 대학들을 상대로 영업하면서 조금씩 사업을 넓혀갔다.

박 대표는 “당시만 해도 연구원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가 없어 생명공학연구원에서 과학기술처에 제안해 제도를 마련하고 나서야 연구소 장비 지원을 받아 겨우 창업할 수 있었다”며 “사업이 커가다가 공장이 전소될 뻔한 화재가 나 큰 피해를 본 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임직원이 믿고 버텨줘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니아의 수출은 2020년 기준 1300억원대로 전년 대비 20배가량 급성장했다. 국내 바이오벤처 1호라는 점을 생각하면 ‘늦게 빛을 봤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박 대표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힘써온 만큼 이런 평가는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비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지금 목표”라며 “주력 수출품이 된 진단키트도 가격을 낮추고 품질은 높인 차세대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