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총장 이광형)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미국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 설립을 추진한다. 국내 대학이 해외 현지에 정식 캠퍼스를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AIST는 재미 부동산 사업가인 배희남 글로벌파운데이션 및 빅(Big)투자그룹 회장(74)과 함께 ‘KAIST 뉴욕캠퍼스’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고 12일 발표했다. KAIST는 아프리카 케냐에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 현지 캠퍼스를 세운 적이 있으나, 정식 캠퍼스를 설립하는 것은 처음이다.

연세대를 나온 배 회장은 1981년 맨주먹으로 미국에 건너가 1995년부터 부동산 투자 사업을 해왔다. 그는 “칠순을 넘어 세상에 어떻게든 좋은 기여를 할 방법을 찾던 가운데 이광형 총장과 만나 인재 양성에 같이 힘쓰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3만3000㎡가 넘는 땅과 건물을 KAIST에 기증할 예정이다. 뉴욕 롱아일랜드, 스태튼아일랜드 등 몇 군데가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KAI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협의 후 이사회, 교수·학생 등 의견 수렴을 거쳐 터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배 회장이 부지 매입과 건물 리모델링에 나선다. 개교 시기는 2024~2025년으로 추정된다. 세계 금융과 바이오, 문화 중심지인 뉴욕 특성을 감안해 인공지능(AI), 금융공학, 문화기술 등과 관련된 전공이 설치될 전망이다.

이 총장은 “KAIST가 국내 최고를 넘어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과 같은 세계 일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학생과 교수 모두 글로벌 시각에서 연구와 창업 활동을 해야 한다”며 “뉴욕캠퍼스를 이런 역할에 걸맞은 기업형 캠퍼스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는 1971년 2월 미국 정부 원조 600만달러를 씨앗 삼아 개교했다. 그 ‘원조의 나라’에 거꾸로 학교를 세워 기여하게 됐다.

이해성/김남영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