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간 기술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엔 전선이 인공지능(AI) 쪽으로도 급속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네이버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컴퓨터비전학회(ICCV)에서 13건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일반화된 셔플 선형 회귀 분석(Generalized Shuffled Linear Regression)’의 경우 연구 성과 상위 3% 논문에만 주어지는 구두 발표 기회를 얻었다.

보통 학회에서 발표하는 AI 논문은 선행 연구가 대다수다. 하지만 이번에 네이버가 발표한 논문의 일부는 네이버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어 주목받았다. 네이버는 이번 AI 연구 성과를 활용해 사용자의 손글씨를 ‘나눔손글씨’ 등 109종의 디지털 글꼴로 만들었다. 하정우 네이버 클로바 AI랩 책임리더는 “AI는 이제 연구를 넘어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네이버는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인식 학술대회(CVPR), 전산언어학회(ACL), 미국인공지능학회(AAAI) 등 세계적인 AI 학회에서도 올해 총 51건의 정규 논문을 발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상반기에만 논문 43건이 채택됐다. 네이버가 작년 한 해 동안 발표한 논문 건수를 올해는 반년 만에 달성했다.

카카오도 해외 AI 학회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의 AI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은 ICCV의 ‘2021 밸류 챌린지(VALUE Challenge)’ 부문에서 우승했다고 이날 밝혔다. 카카오브레인이 참여한 ‘벨류 챌린지’는 AI의 영상 인식과 이해 능력을 평가하는 대회다. 신민철 카카오브레인 AI 리서처는 “카카오브레인은 앞으로 비디오 인식 분야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는 등 영상 관련 혁신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브레인은 올 상반기 해외 학회에 9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카카오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해외에서 AI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세계 AI 학회에서 16건의 논문을 공개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IT 기업들이 AI 기술 경쟁에 나서면서 해외에서 주목할 정도로 한국 AI 수준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