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Z 폴드3'(왼쪽)와 '갤럭시 Z 플립3'  /연합뉴스
삼성 '갤럭시 Z 폴드3'(왼쪽)와 '갤럭시 Z 플립3'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화면 카메라 숨김 등 신기술을 적용하면서 가격은 낮춘 폴더블폰 신제품을 내놓았다. 신기술·가격 외에도 사용성·내구성·휴대성·디자인 등이 모두 개선됐다. 다른 기업들은 걸음마 단계인 폴더블폰에서 기술 격차를 벌리고, 폴더블폰을 스마트폰의 ‘대세’로 만들어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승부수가 먹힌다면 올해 600만 대 수준인 폴더블폰 판매량이 2025년 1억 대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메라 구멍 없앤 갤폴드3…'100% 풀스크린' 펼쳤다

UDC·S펜 등 신기술 대거 적용

삼성전자는 1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온라인으로 ‘갤럭시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 폴드 3’, ‘갤럭시 Z 플립 3’를 공개했다. 폴더블폰은 접었다 펼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폴드 3는 좌우로, 플립 3는 상하로 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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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건 폴드 3에 적용된 신기술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다. 폰 화면에 카메라 구멍을 보이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콘텐츠를 볼 때 카메라가 거슬리는 일이 없어져 몰입도가 높아진다. UDC가 적용된 폰은 작년 말 중국 ZTE가 처음 선보였지만, 카메라 화질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어 혹평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보다 기술력이 높아서 UDC 기능이 온전히 구현됐다는 평가다.
삼성 갤럭시 Z 폴드3 팬텀 블랙  /연합뉴스
삼성 갤럭시 Z 폴드3 팬텀 블랙 /연합뉴스
폴드 3엔 화면에 필기할 수 있는 ‘S펜’도 장착됐다. 폴더블폰으로는 처음이다. 그간 S펜은 삼성전자의 인기작인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 주로 쓰였다. 큰 화면이 장점인 노트와 S펜은 ‘찰떡궁합’이란 평가가 많았다. 폴드 3는 노트보다도 큰 대화면인 데다 S펜까지 지원돼 노트 팬들을 상당수 끌어올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폴드 3 화면은 대각선 길이가 7.6인치(약 19㎝)다.

S펜의 활용도는 노트보다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폴드 3를 노트북처럼 책상에 세운 뒤 위쪽 화면에서 동영상을 보며 아래 화면엔 필기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폴드 3은 갖고 다니기 무겁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무게를 282g에서 271g로 줄였다. 하지만 169g인 갤럭시 S21 등 보통의 폰보다는 여전히 무거운 편이다.

갤럭시 Z 플립 시리즈는 접었을 때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휴대성과 디자인이 장점이었다. 신작은 이 장점이 더 강화됐다. 가로, 세로 길이가 전작보다 약 1.5㎜ 줄었다. 화면을 닫았을 때 간단한 알림이 뜨는 전면 디스플레이 면적은 네 배 커졌다. 이 덕분에 전면 디스플레이에서 ‘삼성 페이’ 앱 등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색상은 크림, 그린, 라벤더, 팬텀 블랙, 그레이, 핑크, 화이트 등 일곱 가지로 출시된다.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Z 폴드3'와 '갤럭시 Z 플립3'를 소개하는 모습  /연합뉴스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Z 폴드3'와 '갤럭시 Z 플립3'를 소개하는 모습 /연합뉴스

삼성 “폴더블폰으로 게임 룰 바꾼다”

내구성도 개선된다. 폴드 3와 플립 3 모두 폴더블폰 최초로 IPX8 등급의 방수를 지원한다. 수심 1.5m에서 최대 30분 견디는 수준이다. IPX는 국제표준 방수·방진 등급이다. 화면 강화 유리는 80%, 보호필름은 50% 내구성이 향상됐다.

독일 인증기관인 뷰로 베리타스로부터 “20만 번 접었다 펴도 이상이 없다”는 검증을 받았다. 20만 번은 5년 동안 매일 100번 접었다 펴는 수준이다.

두 제품 모두 퀄컴 스냅드래곤 888 프로세서가 장착되며 주사율은 120㎐다. 둘 다 5세대(5G) 이동통신 모델로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런 성능 개선에도 불구하고 폴더블폰 가격은 낮추기로 했다. 폴드 3는 199만8700원, 플립 3는 125만4000원이다. 둘 다 전작보다 40만원가량 저렴하다. 다만 폴드 3 512기가바이트(GB) 내장 메모리 모델은 209만7000원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엔 통상 갤럭시 노트 시리즈 신작을 발표했다. 이번에 노트 대신 폴더블폰을 선택한 것은 업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7.9%로 1위였다. 하지만 2위 샤오미(16.2%)에 턱밑까지 추격당한 처지다. 월간으로는 지난 6월 샤오미에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플래그십(최상급 기종)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의 아성을 뚫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선점한 폴더블폰을 스마트폰의 ‘대세’로 만들어 업계 ‘게임의 룰’ 자체를 바꾸겠다는 게 회사의 전략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구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5월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650만 대 수준인 폴더블폰 판매량이 내년 1300만 대, 2025년엔 1억17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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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드 3와 플립 3는 오는 27일부터 한국, 미국, 유럽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국내 사전 판매는 17~23일 진행한다.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과 함께 ‘갤럭시 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사진)도 한정 판매한다. 12일 오전 9시부터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 응모받은 뒤 추첨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