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이다. 방역당국은 감염병의 확산이나 집단면역의 효과 등을 예측해 방역 정책을 수립한다. 여기엔 다양한 수학 모델을 사용하는데, 이런 접근법이 처음 제시된 것은 무려 200여 년 전이다. 과거 집단면역의 효과를 예측하기 위한 수학 모델은 어떻게 개발됐을까.

집단면역은 영어로 ‘herd immunity’로, ‘herd’란 가축 떼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집단면역은 원래 가축의 전염병 방제에 관해 생긴 개념이다. 1910년대 미국 농가의 가축들이 유산을 하는 전염병이 돌자 농가에서는 병에 걸렸던 소를 살처분하거나 팔았다. 캔사스의 수의사 조지 포터는 이는 잘못된 대응방법이라고 하며 집단면역의 개념을 제시했다. 새로운 병에 걸려 면역을 얻은 소를 내보내지 않고 새로운 소를 들이지 않음으로써 연료 공급 없는 불이 언젠가는 사그라들듯, 집단에서 감염병이 자연적으로 없어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스웨덴에서는 코로나19를 극복하려는 방책으로 자연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을 꾀했지만 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자연적으로 얻은 면역이 집단면역에 필요한 수준에 턱없이 모자랐다.

미국은 올해 7월 초까지, 우리나라는 11월 말까지 70%의 백신 접종률을 목표로 세웠다. 얼마만큼의 백신 접종이 집단면역에 충분한 것일까. 백신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서 수리 모델의 도움이 늘어나고 있다.

천연두 예방과 기대수명
최초의 감염병 수리 모델은 이제는 역사로 사라진 질병인 천연두 전파에 대한 모델이다. 호환만큼이나 무서운 ‘마마’라고도 불리는 천연두는 치사율이 높아 6·25전쟁 중인 1951년에 천연두로만 1만 여명이 사망했을 정도다.

예전부터 중국과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면역을 얻기 위해 천연두 환자의 딱지나 고름을 이용하는 인두법이 시행되고 있었는데 이 방법은 1% 정도의 확률로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위험이 있는 인두법을 프랑스에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스위스 수학자 집안의 다니엘 베르누이는 이에 대한 정량적인 답을 얻기 위해 인구를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집단과 감염집단, 그리고 면역이 생긴 집단으로 나누고 각각의 집단의 인구 변화의 속도를 식으로 나타냈다.

이 식들은 인구 통계나 역학적 관찰로 추론이 가능한 모수를 포함하는데, 베르누이는 임상적인 치사율과 연령별 기대여명을 보여주는 에드먼드 핼리의 생명표를 이용해 모델의 모수를 찾아내 천연두가 있을 때와 박멸된 후의 각 기대수명을 계산했다. 이로써 성공적인 백신 접종이 가져올 기대수명의 증가량이 백신 접종 부작용에 따른 사망위험으로 인한 기대수명의 감소량을 초월한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보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두법은 프랑스에 전면적으로 도입되지는 못했고 이후 안전한 종두법 개발로 인두법 도입의 효과에 대한 수치적 계산 결과는 유용성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베르누이가 개발한 수리 모델은 현재 다양한 통계 자료가 가능해지면서 지금까지도 홍역 모델링 등에 활용되고 있다.

*에드먼드 핼리
영국의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 수학자다. 주기적으로 지구에 근접하는 핼리 혜성의 주기(75~76년)를 계산해낸 인물이다. 천문학 이외에도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핼리는 1693년 인간의 사망률표를 만들어 인구통계학의 기틀을 닦았다.
[수학과 만난 바이오] 집단면역 예측을 위한 수학 모델
ⓒ위키피디아
[수학과 만난 바이오] 집단면역 예측을 위한 수학 모델
ⓒHist. Acad. R. Sci. Paris, 1766

*다니엘 베르누이의 모습(위)이다. 베르누이는 천연두의 박멸로 인해 늘어날 기대수명을 수리모델을 이용해 계산해 논문을 발표했다(아래).

기초감염재생산수와 집단면역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은 신종 전염병 유행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다룬 스릴러 영화다. 영화에는 역학조사관이 기초감염재생산수(R0)에 대하여 설명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기초감염재생산수는 얼마나 빠르게 질병이 전파되는지를 설명하는 지수이며, 신종 유행병의 기초감염재생산수 값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초감염재생산수는 병에 대한 면역이 없고 병에 걸리지 않은 인구가 100%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1명의 감염자가 감염시키는 사람의 평균 수를 나타낸다. 이 수치가 1보다 작으면 병이 집단 내에서 전파되지 않고 사라지며, 1보다 크면 일반적으로 유행이 일어난다. 이 경우 유행의 초기에는 감염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점차 면역을 가진 사람이 늘게 되면 신규 감염자 증가 속도가 점차 감소하게 된다.

만약 인구의 80%가 병에 대한 면역이 있어서 병에 걸릴 수 있는 인구가 20%로 줄어든다면 1명의 감염자가 감염시키는 평균 사람 수는 R0×0.2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R0가 5보다 작다면 1명의 감염자가 감염시킬 수 있는 평균 사람의 수가 1보다 줄어들어 감염자 수는 곧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질병에 대한 백신의 목표 접종률을 설정할 때에 기초감염재생산수를 이용한다. 위의 수식은 아주 간단하게 계산한 경우이고, 백신의 효과가 100%보다 작고 획득한 면역이 지속되지 않는 경우 목표 접종률은 더 높게 조정된다.

그렇다면 기초감염재생산수는 어떻게 구할까. 1명의 감염자가 감염시키는 평균 감염자 수를 구하려면 감염자-피감염자의 경로에 관한 정보를 알아야 하지만 보통 이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감염병 모델이 이용된다. 가정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모델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확진자수 데이터를 가장 잘 설명하는 감염병 전파 모델의 모수 값을 찾고 이 모수 값으로부터 기초감염재생산수를 구한다. 예를 들면, 기초감염재생산수는 1명이 단위시간당 접촉하는 사람의 수(접촉률)와 감염기간의 곱으로 표현될 수 있다.

접촉률과 감염기간을 모수로 가지는 수리 모델로부터 일별 신규 감염자 수를 계산하고, 이를 일일 신규 확진자 데이터와 비교하여 데이터를 가장 잘 설명하는 모수 값을 찾아낼 수 있다. 이 과정의 수리적·통계적 방법은 명확하지만, 모델링에서 어려운 부분은 어떤 가정을 가지고 감염병 전파를 표현하고,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역학자나 의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에 대한 수학 문제들
각종 감염병에 대한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세우는 데 계산과 분석 기반의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감염병 연구원들도 인플루엔자·풍진·자궁경부암 백신 전략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정책과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집단면역을 얻기 위한 목표 백신접종률을 찾거나 사망자 수를 최소로 하기 위한 우선 접종 대상군을 정하는 것 등에 수리 모델이 이용되고 있다. 질병통제센터와 연구소에서 분석과 예측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공유하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고, 노하우도 쌓여가고 있다. 계산과 분석이 인류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수학과 만난 바이오] 집단면역 예측을 위한 수학 모델
나경아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 선임연구원

현재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의 선임연구원으로 2015년 헝가리 세게드 대학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홋카이도 대학의 의학대학원, 캐나다 요크대학 수학과 등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한 감염병 수리모델링에 관해 연구해왔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