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성풍·복사에 노출 안 돼 원시물질 그대로 간직…헤일밥 혜성과 유사
외계 혜성 '보리소프' 태양 이외 다른 별에는 접근 않은 듯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확인된 성간(星間) 천체인 '보리소프'(2I/Borisov)가 지금까지 관측된 혜성 중 가장 원시적인 상태의 물질을 간직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9년 말 태양을 스쳐 지나가기 전까지 어떤 별에도 근접하지 않아 혜성을 형성한 가스와 먼지 구름이 변형되지 않은 채 원대 그대로인 것으로 추정됐다.

유럽남방천문대(ESO)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아마 천문대·천체투영관'(AOP)의 스테파노 바그눌로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ESO의 초거대망원경(VLT)에 장착된 고성능 분광사진기인 FORS2로 보리소프를 관측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편광측정법으로 파악한 보리소프의 편광적 특성이 태양계 안의 일반 혜성과는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1995년에 맨눈으로 관측될 정도로 밝았던 장주기 혜성 '헤일밥'(1995 O1)만이 예외적이었다.

당시 헤일밥 혜성은 태양풍과 태양 복사 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채 원시 상태의 물질을 간직하고 있어 이전에 태양을 지나간 적이 한 차례밖에 없었던 것으로 여겨졌다.

이는 약 45억 년 전 태양계를 형성하던 가스와 먼지 구름을 거의 그대로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보리소프 혜성의 색깔과 함께 편광을 분석해 구성 성분에 대한 단서를 얻었으며, 헤일밥 혜성보다 더 자연 그대로의 상태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리소프가 원래 있던 행성계를 만든 가스와 먼지 구름을 원시 상태로 갖고 있다는 뜻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이탈리아 토리노 천체물리관측소의 알베르토 첼리노 연구원은 "두 혜성이 놀랄 만큼 유사하다는 사실은 보리소프가 만들어진 환경의 성분이 태양계 초기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외계 혜성 '보리소프' 태양 이외 다른 별에는 접근 않은 듯
ESO 천문학자 양빈 연구원이 이끄는 별도의 연구팀은 VLT와 전파망원경 간섭계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 관측 자료를 토대로 보리소프가 약 1㎜나 그 이상의 작은 알갱이나 자갈을 갖고있으며, 행성계 내 여러 곳에서 형성된 물질이 섞여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대형 행성의 강력한 중력으로 행성계의 물질이 별에 가까운 곳부터 외곽까지 서로 섞여 있는 것으로 시사했으며, 태양계에서도 초기에 비슷한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는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실렸다.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우드밀라 콜로콜로바 연구원은 "성간 천체인 보리소프는 다른 행성계 혜성의 구성 성분을 들여다보고 태양계 혜성과 얼마나 다른지를 연구하는 첫 기회를 제공해 줬다"고 했다.

바그눌로는 "유럽우주국이 적합한 궤도의 성간 천체가 발견되면 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혜성 인터셉터를 2029년에 발사할 계획"이라면서 10년 안에 외계 혜성을 더 자세히 관측할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