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대통령, 모더나 CEO와 화상통화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의 스테판 반셀 최고경영자(CEO)와 코로나19 백신 구입과 관련해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文대통령, 모더나 CEO와 화상통화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의 스테판 반셀 최고경영자(CEO)와 코로나19 백신 구입과 관련해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을 개발하긴 했지만 생산 역량이 부족하다. 한국 기업에 위탁생산(CMO)을 맡기면 대규모 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화상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0만 명분의 백신을 한국에 공급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세계적으로 의약품 생산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바이오의약품 CMO 강국인 한국 기업을 선점하기 위해 일종의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대량 생산을 통한 빠른 공급이 가능하도록 모더나와 국내 제약기업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고 화답했다.
모더나가 먼저 러브콜…"한국을 코로나 백신 생산거점으로 찍었다"

“한국 CMO 인프라 높게 평가”

방셀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화상통화에서 위탁생산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 등과 경쟁하는 모더나로선 백신 대량 생산설비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오 벤처회사들은 보통 자체 생산공장을 따로 두지 않는다. 공장을 짓고 유지하는 데 비용을 쓰기보단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 CMO 전문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일라이릴리나 비어의 코로나19 치료제를 대신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더나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백신 생산은 스위스의 CMO 전문회사 론자가 맡고 있다. 미국과 스위스 공장에서 각각 생산한다. 생산 규모는 연 2억 명분(4억 병)이다. 생산된 의약품 원액을 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에 넣는 완제 공정은 미국 카탈런트가 맡고 있다. 유럽 지역은 스위스, 미국 등 아메리카 지역은 미국이 생산기지인 셈이다.

모더나가 한국에 러브콜을 보낸 것은 우리의 바이오산업 인프라 경쟁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노승원 맥쿼리투자신탁운용 바이오 담당 펀드매니저는 “모더나가 미국에 이어 한국을 백신 주요 생산 거점으로 점찍은 것”이라고 했다.

이번 위탁생산 논의가 성사되면 아시아 지역 공급은 한국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국에 경쟁력 있는 바이오 기업이 다수 포진한 덕분에 국민이 맞을 백신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모더나가 백신 공급량을 늘리기로 하면서 총 56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전체 국민(5178만 명)보다 약 400만 명 많은 양을 확보한 것이다.

mRNA 백신 제조 공정 비교적 간단

국내 기업은 수개월 전부터 모더나 백신 CMO 수주를 위해 치열한 물밑작업을 해왔다. 다만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이 처음 출시되다 보니 수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백신은 기본적으로 병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의 병원체(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를 몸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일으켜 실제 감염되는 것을 예방해준다. mRNA 백신은 항원(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보를 가진 mRNA를 몸 안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접종 후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코로나19 항체(항원에 대한 면역성을 지니는 물질)를 미리 형성해두면 나중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왔을 때 이 항체들이 바이러스와 싸우게 된다.

mRNA 백신의 장점은 제조 공정이 비교적 간단하다는 점이다. 다만 몸속에 항체를 형성하도록 신호체계를 전달하는 것이어서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반면 바이러스벡터, 단백질 재조합 등 기존 백신은 외부에서 바이러스 등을 배양하는 과정이 필요해 공정이 오래 걸린다.

한국에선 한미약품과 녹십자가 CMO 수주 가능성이 높은 업체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경기 평택시에 있는 바이오플랜트 제2공장에서 모더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한미약품 측은 “모더나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을 경우 이른 시간 내 생산할 수 있다”며 “몇몇 백신 업체와 위탁생산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이미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등의 지원을 받는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으로부터 5억 병을 수주했다. 추후 CEPI 소속 회사들과 별도 계약을 맺기로 했다. CEPI는 감염병 대응을 위해 2017년 출범한 국제민간기구다. 모더나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김우섭/강영연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