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2000원에 수천명 생체정보 거래…발칵 뒤집힌 중국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얼굴 사진 90원…이름·신분증·휴대폰 등 포함시 670원

한 온라인 플랫폼 검색창에 '안면 데이터 모음'을 입력합니다. 검색 결과 가운데 5000명의 얼굴 데이터 묶음을 판매한다는 수상한 상품이 있습니다. 단돈 10위안(한화 약 1700원). 5000명의 얼굴 정보들이 파일로 저장돼 있습니다. 여러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지난해 11월 중국 관영 CCTV는 5000명의 개인 생체정보가 온라인에서 단돈 10위안에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이같은 소식은 중국에서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줬습니다. CCTV는 "이용자들 동의 없이 수집했기 때문에 이렇게 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분증 없이 얼굴 사진만 있는 경우 판매가격은 겨우 0.5위안(약 90원), 여기에 이름 신분증 은행카드 휴대폰번호 등 개인정보가 추가될 경우 4위안(약 670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또 다수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이용자 동의 없이 각종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습니다.

약관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동의하면, 이용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해당 앱 사용시 찍은 셀카 등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회사 측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식입니다. 유명 연예인과 자신의 얼굴과 바꿔서 촬영할 수 있어 인기를 끈 얼굴 변환 앱 'ZAO'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용자들이 안면인식을 한 뒤 얼굴 정보를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게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CCTV는 "바이두 등 포털에서 검색만으로 손쉽게 개인정보를 구매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불법 거래된 개인정보들이 대출 등 금융 거래에 이용될 경우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주웨이 중국 정법대 전기통신사업법 연구센터 교수 역시 "현행법상 이용자들 정보를 임의 수집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韓아동 개인 정보도 해외로 '줄줄' 틱톡, 억대 과징금

최근 중국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안면인식,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법적·윤리적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중국에서 개인정보 보호 관련 소송이 처음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궈빙 저장이공대 교수는 동물원 연간 회원권을 산 뒤 업체 측이 입장 방식을 지문인식에서 안면인식으로 바꾸자 동물원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그는 중국 소비자권익보호법 제29조를 들어 "얼굴 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라면서 "경영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사용하는 경우 합법성·정당성 등 원칙을 준수하고 소비자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도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놓고 갈등 중입니다. 미국은 세계 1위 5세대(5G)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스파이로 지목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인기 앱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중입니다.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는 인도 역시 지난달 틱톡을 포함한 중국산 앱 59개를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15일 틱톡에 대해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으로 총 1억8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법정 대리인 동의 없이 만 14세 미만 아동 개인정보를 2017년 5월31일부터 지난해 12월6일까지 최소 6007건 이상 수집해 정보통신망법 31조를 위반했습니다. 또 이들에게 알리지 않고 개인정보를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로 옮겨 같은 법 63조도 어겼다는 이유입니다.

틱톡은 "한국의 법규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는 IT 기술들이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와 융합하면서 딜레마가 됐습니다. AI는 기본적으로 학습에 활용하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교해집니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의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개인정보가 제공돼야 합니다. 빅데이터, AI 분야에서의 중국의 빠른 기술발전은 상대적으로 개인정보 수집이 쉬운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문제점이 보다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터 산업의 수혜와 개인정보 보호, 두 가지 모두를 누리려면 어느정도 선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까요? 어쩌면 중국의 문제제기와 대응 상황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 데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