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서 특강…안전성·경제성 확보하면 원자력 '컴백' 전망
'원자력 석학' 장순흥 "기술자립부터 탈원전반대까지 참 압축적"
"우리나라는 원자력 기술 자립에서부터 탈원전 반대까지 참 압축적이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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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원자력계 석학 중 한 명인 장순흥(65)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명예교수는 15일 오후 뼈 있는 농담으로 자신의 정년기념 특강을 시작했다.

대전 KAIST 본원 N7-1동 4401호에 모인 원자력 전공 교수와 학생 50여명은 짧게 웃으며 그를 맞았다.

현재 한동대 총장이기도 한 장 교수는 한국 원자력 발전 역사에 대해 차분히 회고했다.

장 교수는 "황무지 같던 시기에 많은 학자가 열심히 연구해 기술자립과 수출을 이끌었다"며 "원자력과 관련해서는 KAIST가 주도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이나 프랑스 등 이른바 원자력 선진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의 합작이나 협력을 발판 삼았으나, 우리나라는 사실상 독자적으로 성과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그는 부연했다.

1∼3차 한국 원자력진흥종합계획 수립 당시 책임자였던 장 교수는 "당시 미국 영향이 무척 컸다"며 "우리나라에서 뭐 좀 하려고 하면 확인해서 애를 먹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고 일본·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을 제치고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 인증을 통과한 과정 등도 설명했다.

'원자력 석학' 장순흥 "기술자립부터 탈원전반대까지 참 압축적"
장 교수는 "요새 원자력계를 중심으로 탈원전 반대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재차 언급하며 "기술 자립부터 시작해 아주 짧은 시간에 진행되는데, 이걸 함께 다 보게 될 줄은…"이라며 말을 아꼈다.

원자력 미래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전망을 했다.

그는 "2016년 기준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이 392GW(기가와트) 정도인데 2050년에는 이 수치가 줄어들 수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며 "안전성에 대해 지역 주민에게 잘 설명하는 한편 경제성을 확보한다면 원자력은 컴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순흥 교수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28세 나이로 KAIST 교수에 부임한 그는 기획처장, 대외부총장, 교학부총장을 역임했다.

37년 만인 지난 8월 정년 퇴임하고 명예교수가 됐다.

원자력안전자문위원장, 한국원자력학회장,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조사위원회 국제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