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구글,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주요 인터넷업체를 겨냥한 또 다른 규제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업체가 서비스 중단 시 이용자에게 해당 사실 공지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규제다.

지난해 11월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로 초래된 소비자들의 큰 불편이 계기가 됐다. 인터넷 업체들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소비자가 유료 가입해야 서비스를 하는 통신사들과 달리 인터넷 업체들은 무료 가입만으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 불편을 알리는 공지도 이미 자율적으로 하고 있는데 의무화는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KT 아현지사 화재사고 불똥이 왜 우리에게…"
인터넷업계로 튄 ‘불똥’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월 전기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중단 시 공지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업자와 일정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중단 시 중단 사실, 원인, 대응조치 현황, 이용자가 상담할 연락처 등을 지체없이 모든 이용자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망을 이용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시행령 개정안이 정한 부가통신사업자는 전년의 전기통신서비스 부문 매출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전년 10~12월 동안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 명 이상인 기업이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쿠팡, 11번가, 우아한형제,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인터넷 기반 주요 사업자는 대부분 포함된다.

다만 정부는 지난 4월 재입법예고를 통해 기간통신사업자의 잘못으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경우 부가통신사업자의 공지 의무는 제외하기로 했다. 시행 시기는 다음달 25일이다. 관련 규정을 어긴 사업자는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인터넷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서비스 중단 시 약관 등에 따라 관련 공지를 지금도 알아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강제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에다 대체 서비스가 많다”며 “시행령이 개정되면 통신사의 잘못은 제외한다고 해도 부가통신사업자는 사실 확인이 어려워 단순 접속장애 등 사소한 경우에도 공지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심은정 매니저는 “시행령 기준에 따라 적용받는 스타트업도 있지만 앞으로 성장할 스타트업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용자에게 불편을 끼치는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찾지 않아 시장에서 자연스레 퇴출된다”며 “정부가 공지를 강제하는 것은 규제”라고 덧붙였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KT 아현지사 화재로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적용할 규제였는데 애먼 인터넷 기업들의 부담만 늘게 됐다”고 토로했다.

국회를 탓하는 정부

정부도 인터넷업계의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모법인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정 때문에 부가통신사업자를 규제 대상에서 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관련 법이 국회에서 개정되면서 규제 대상이 전기통신사업자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하위법인 시행령에서 전기통신사업자 중 하나인 부가통신사업자를 마음대로 제외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인터넷업계에서는 정부 측 설명이 변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관련 규제의 계기가 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을 보면 통신사의 공지 의무가 필요하다고 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며 “정부는 국회 법안 심사에서 부가통신사업자가 포함되도록 방치했다”고 설명했다.

모법에서 전기통신사업자로 규정했기 때문에 부가통신사업자를 제외할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같은 법에서 전기통신사업자로 명시했지만 시행령에서는 법의 맥락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만 규정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에서다.

전기통신사업법 32조가 대표적이다. ‘전기통신역무의 종류, 사업 규모, 이용자 보호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는 전기통신사업자’라는 대목이다. 시행령에서는 해당하는 전기통신사업자로 기간통신사업자만 규정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회에서 이런 문제를 알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협조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