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中, 3D 프린터 적극 육성하는데…한국은 답답"
“한국은 3차원(3D) 프린터 시장을 육성하려는 정책이 부족합니다. 해외 시장을 계속 두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병백 신도리코 부사장(사진)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댈러스에서 털어놓은 속사정이다. 그는 13일까지 열리는 ‘솔리드웍스월드 2019’에 참석했다. 솔리드웍스월드는 프랑스 3D 설계 소프트웨어업체 다쏘시스템이 매년 여는 3D 소프트웨어 관련 행사다. 신도리코는 올해 이 행사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이 부사장은 3D 프린터 해외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4년째 찾았다. 그는 “유럽과 중국은 3D 프린터 산업을 육성하며 4차 산업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은 정책이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8월 3D 프린터를 ‘중소기업자 간 경쟁품목’으로 지정해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제품으로만 조달해 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중소기업을 보호해 3D 프린터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중견기업인 신도리코에는 독이 되는 정책이었다. 논란 끝에 겨우 50% 물량만 중소기업에 할당하는 선으로 합의됐지만 신도리코의 국내 매출 감소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부사장은 “정부가 3D 프린터 산업을 육성하겠다면 현재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3D 프린터 도입을 원하는 국내 기업의 실제 도입률은 2017년 8.7%에 불과했다. 그는 “국내 3D 프린터 도입률이 미국, 중국, 유럽보다 매우 낮다”며 “시장이 육성되지 않으면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팔기가 어렵다”고 했다.

국내 판로가 녹록지 않자 신도리코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디지털 치과진료 분야의 3D 프린터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번 솔리드월드웍스에서는 5종의 3D 프린터를 내놨다. 잠재 고객들을 위해 아직 출시하지 않은 준산업용 프린터 ‘3DWOX 7X’와 광경화 적층(SLA) 방식의 신형 프린터 ‘A1’도 선보였다.

신도리코는 지난해 3D 프린터 부문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2016년 첫 제품을 내놓은 지 2년 만이다. 이 부사장은 “아마존을 통해 팔린 제품만 1만 대에 이를 정도로 해외 판매 비중이 높다”며 “2016년 첫 매출이 20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댈러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