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표 논란' 고객집단소송 직면한 가상화폐거래소 캐셔레스트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캐셔레스트가 이용자들의 집단소송에 직면하게 됐다. 거래소 측이 고객들에게 했던 약속을 뒤집는 등 '공수표'를 남발해 총 200여명에게 62억원 가량의 피해를 끼쳤다는 이유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캐셔레스트 이용자들은 "캐셔레스트가 자체 암호화폐 '캡(CAP)'을 발행하고 내걸었던 공지를 일방적으로 어겨 피해를 줬다"고 주장하며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캐셔레스트는 지난해 8월 암호화폐 거래량에 비례해 지급하는 자체 암호화폐 캡을 발행했다.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선보인 에프코인이 모델이 됐다. 자체 암호화폐를 통해 거래소 수익을 이용자에게 돌려준다는 개념을 적용해 인기를 끌었다.

개당 1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캡 가격은 한때 2.35원까지 올랐지만 원화입금이 중단되며 같은해 10월 0.29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캐셔레스트는 11월 캡코인을 1.5원으로 싱가포르 암호화폐 거래소 엘뱅크에 상장하면서 캡 875억개를 소각해 고객들에 대한 배당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캡 가격도 1.27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거래소 측 공언과 달리 캡의 엘뱅크 상장은 시장가로 이뤄졌다. 또한 시장에 유통되는 암호화폐를 사들여 소각하는 게 아니라 아직 풀리지 않은 회사 보유 물량을 폐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결국 캡 가격은 다시 0.3원으로 추락했다.

원성이 높아지자 캐셔레스트는 2019년부터 매일 거래소 수익의 30%로 유통 중인 캡을 사들여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내놓았다.

이용자들은 캐셔레스트가 캡 소각 약속마저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1일 캡 마이닝(채굴)을 급작스럽게 중단하고는 캡 매입과 소각을 없었던 일로 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항의하자 거래소 측이 매입을 지속하기로 다시 말을 바꿨지만, 종전처럼 거래소 전체 수익이 아닌 캡 암호화폐로 거래되는 '캡마켓' 수익으로만 매입하기로 했다고도 짚었다.

투자자 A씨는 "거래소의 공약을 믿고 투자했는데 투자자와 약속을 어기고 캡 마이닝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는 하한가를 설정했다"며 "신뢰가 떨어져 캡을 처분하려는 이들이 몰려 60억원 넘는 매도벽이 형성됐지만 캐셔레스트가 새로운 자체 암호화폐 HRT마저 내놓아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공수표 논란' 고객집단소송 직면한 가상화폐거래소 캐셔레스트
현재 캐셔레스트에는 약 77억개의 캡이 매물로 나왔다. 캐셔레스트는 캡의 거래 하한가를 0.81원으로 제한한 상태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62억4628만원이 된다. 투자자 B씨는 "거래소의 계약 위반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많다. 200여명의 피해자가 함께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캐셔레스트는 "거래소의 수익으로 캡을 소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HRT와의 비중 조절 탓에 최초 안내한 것처럼 거래소 전체 수익의 30%를 캡 소각에 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거래소가 공지한 소각 계획 철회·변경과 관련해 투자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는지, 보유 투자자가 상당수 존재함에도 계획을 변경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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