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동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5일 열린 ‘한경 바이오헬스산업 콘퍼런스 2018’에서 참석자들은 노화를 늦추고 치매 등의 질병을 예방하는 데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메디프론디비티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토론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반포동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5일 열린 ‘한경 바이오헬스산업 콘퍼런스 2018’에서 참석자들은 노화를 늦추고 치매 등의 질병을 예방하는 데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메디프론디비티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토론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1982년생은 100세까지 살 것으로 전망했지만 2015년 태어난 아이는 142세까지 살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 인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노인이 건강해지는 기술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권기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연구단장은 5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한경 바이오헬스산업 콘퍼런스 2018’에서 “의료비 급증, 난치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노화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는 해결하고 도전해야 할 과제지만 새로운 시장을 열 기회라는 분석이다.

◆반도체서 건강노화로 주도권 바뀐다

국내 65세 인구 비율은 2026년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2060년 국내 고령 인구는 40% 이상에 이를 것”이라며 “노인 의료비만 39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산업 지형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정해영 부산대 약대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반도체가 이끌어왔다면 앞으로는 바이오산업이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래 산업은 중심에 인간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은 바이오, 디지털기술, 물리학 기술이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항암제, 백신, 진단키트 개발은 물론 바이오연료, 생체의료기기 등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생명공학기술이 산업의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신약 1개 품목을 개발해 판매했을 때의 순이익은 3000억원 수준인데 이는 자동차 300만 대를 수출해 얻는 순이익과 같다”고 강조했다.

◆노화세포 제거 등이 노화 제어 핵심

고령 인구가 늘면서 세계 바이오 회사들은 노화를 적극적으로 제어하는 치료제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칼로리 제한, 노화세포 제거, 항노화 단백질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단장은 “그동안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제어 가능한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GSK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칼로리를 제한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한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거액에 인수했다”고 말했다. 연구 단계에 있는 다양한 물질이 치료제로 개발돼 나오는 시대가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지난달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메디슨에는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약물을 주입한 쥐의 수명이 100일 정도 연장됐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며 “사람의 수명으로 치면 10년에 해당한다”고 했다.

치매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출신 교수가 창업한 알카히스트는 치매 환자 18명에게 젊은 사람의 혈액을 수혈했더니 일상생활 능력이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R&D 컨트롤타워 세워야

산업 지형이 바뀌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대비가 부족하다. 권 단장은 “고령친화산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이 많지 않고 연구개발(R&D) 투자나 전문인력도 현저히 부족하다”며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고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바이오·의약 관련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매 연구 활성화를 위해 기초 연구를 하는 대학 연구소와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호 메디프론디비티 대표는 “기업에서는 기초 연구를 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학계, 연구계에서 기초 연구를 많이 해 기업에 이전해야 한다”며 “기초 연구부터 제품 개발까지의 과정이 잘 연계돼야 한다”고 했다.

노화 관련 국가 R&D 프로그램을 관리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권 단장은 “국내 노화 연구는 선진국과 달리 개별적이고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의료기기, 항노화 화장품 등에 편중된 노화 관련 R&D를 노인 및 노화 관련 연구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정책과장은 “연구 결과물이 제품 개발까지 갈 수 있도록 정부 부처가 함께 움직이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