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광 서울대병원 교수 "韓 위암 치료 실력 日에 뒤지지 않아...독일서 훈련 받으러 오기도"
"한국 의료진의 우수한 위암 치료 실력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위암 치료 선진국인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위암 수술의 권위자인 양한광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사진)는 "수많은 의사가 더 좋은 치료법을 위해 경계를 허물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국내 의료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위암학회는 외과 중심의 기존 위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내시경,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 다학제적 요소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계획이다. 암조직을 절제하는 단순한 치료법에서 벗어나 여러 진료과가 협진하는 최신 치료 경향을 이전 가이드라인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이렇게 만든 가이드라인은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서 통용될 것"이라고 했다.

양 교수는 한국 위암 의료진의 위상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이 지난해 컨설팅 회사인 엘시비어에 연구 역량 평가를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외과가 아시아 1위, 세계 19위를 기록했다. 또 위암 수술 분야에서 의사의 영향력 점수를 나타내는 지표인 H-지수로 따져보면 세계 상위 100명 가운데 한국 의사가 26명이다. 그는 "전통적인 위암 수술 강국인 일본이 39명으로 한국보다 앞서 있지만 우리가 많이 따라잡았다"고 했다.

양 교수는 한국 의료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최근 독일 쾰른에서 외과 수련의 과정을 마친 의사가 독일 국가연구재단의 장학금을 받아 2년 일정으로 서울대병원에서 다양한 임상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며 "독일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위암 수술을 실시한 나라인데 한국 병원에 와서 훈련 받는 것을 보면 한국 의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위암 치료는 국가 암 검진 사업 정착과 로봇수술 등 의료기술 발달로 점점 향상되고 있다. 양 교수는 "1980년대 위암 조기 발견율은 3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0%에 달한다"며 "위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조기 검진이라는 점에서 국가 암 검진 사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국가 암 검진 사업은 암을 조기 발견해 암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낮추기 위해 2002년 도입한 제도다. 의료급여 수급자, 건강보험 가입자 하위 50% 등 국가 암 검진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은 무료로 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검진 대상이 아니더라도 검진비용의 10%만 내면 검사 받을 수 있다.

수술로봇 역시 위암 치료 발전에 기여했다는 게 양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기존 복강경 수술기구는 굴절되지 않아 좁고 복잡한 복강 또는 흉강에서 수술하기 불편했다"며 "수술로봇은 관절이 있기 때문에 의사가 수술 부위에 쉽게 도달할 수 있어 유용하다"고 했다.

양 교수는 위암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암 전이 범위를 파악하기 쉽도록 암세포를 추적해 전이 부분을 형광으로 표시하는 트레이서(Tracer)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위암의 병기에 따라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의 결과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연구도 연말에 공개될 예정이다. 또 과거 수술이 힘들었던 4기 위암 환자 가운데 항암치료 예후가 좋은 이를 대상으로 하는 수술의 효과에 대해서 관심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위암 치료 수준이 아직 높지 않은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선진 치료법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몽골은 한국에 이어 위암 발생률이 2위인 나라인데 국가검진사업이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존율이 낮다"며 "대한위암학회에서 몽골의 병원, 언론, 정부 등과 함께 암 계몽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성과가 좋았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