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소니, OLED로 TV 명가 재건…삼성·LG 미묘한 온도차
소니가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를 앞세워 두드러진 성과를 내면서 가전 명가를 재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쟁업체인 LG전자삼성전자가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22일 글로벌 IT 전문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소니는 작년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점유율 36.9%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33.2%로 2위에 그쳤다.

2016년 압도적 1위는 40.8%의 점유율을 차지한 LG전자였다. 소니(2위)는 점유율 24.6%로 23.4%에 머문 삼성전자(3위)보다 약간 앞서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소니는 불과 1년새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며 정상에 올라섰다.

소니 부활의 중심에는 OLED TV가 있다. 소니는 수요가 늘어나고 수익성까지 높은 OLED TV에 올인했다. 특히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OLED TV 라인업을 2500달러 이상 제품으로만 구성했다. 비싼 TV를 팔아 많이 남기겠다는 전략이 그대로 적중한 셈이다.

뒤늦게 왕좌를 차지했지만 사실 소니는 OLED TV의 원조다. 2007년 세계 최초로 11인치 OLED TV를 출시했다. 그러나 LG전자·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에 밀려 2010년 2월 일본 시장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파나소닉과 손잡고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 실패하자 2012년 OLED TV를 접었다.

그러나 소니는 다시금 OLED TV를 택하면서 원조의 힘을 보여줬다. 지난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7’에서 OLED TV 제품을 공개한 이후 4월부터 미국 최대 가전 유통점인 ‘베스트바이’를 통해 판매에 돌입했다. 현지에서는 소니의 OLED TV가 LG전자의 OLED TV에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 품질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는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소니의 TV 사업은 지난해 760억엔(7628억원)에 달하는 폭발적인 영업이익을 올렸다.

LG전자는 소니의 선전을 일단 경계하면서도 시장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전자가 'CES 2018'에서 선보인 OLED 협곡
LG전자가 'CES 2018'에서 선보인 OLED 협곡
OLED TV 시장을 주도하는 LG전자로선 소니의 시장 확대가 나쁠게 없다. LG전자는 파이(pie) 확대면에서 소니를 경쟁자라기보다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다. 리스크보다 이점이 많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소니는 현재 LG전자와 마찬가지로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OLED 패널을 전량 공급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배경엔 LG전자가 2500달러 이상 시장과 달리 1500달러 이하 시장에선 점유율이 96.2%에 달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배여있다. 아직까지 긴장할만큼 격차는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OLED TV 시장이 커지면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LCD 기반의 퀀텀닷 디스플레이와 벌이는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로 확대의 기회도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고민이 깊다. 삼성전자는 대형 OLED TV에 맞서 지난해부터 메탈 소재를 적용한 퀀텀닷 기술의 QLED TV에 전력투구해 왔으나, LG전자의 OLED TV를 뛰어넘지 못했다. 여기에 소니까지 더해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만 해도 2500달러 이상 TV 시장에서 54.7%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였다. 그러나 2016년 23.4%로 점유율이 반토막난 이후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SUHD TV에 이어 QLED TV에도 집중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TV 시장은 물론 2500달러 이상 시장에서도 점유율 39%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위해 QLED 및 초대형에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중단했던 OLED TV사업을 검토중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소니가 OLED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경계한 조치라는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니의 OLED TV 시장 확대가 결과적으론 LG전자와 삼성전자에게 좋을 게 없지만, 현재로선 양사의 입장이 다를 것"이라며 "현재까지 LG전자는 소니를 통해 OLED TV 시장이 넓어지길 바랄 것이고, 삼성전자는 소니를 견제할 프리미엄 제품 마련에 고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