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은 교수(왼쪽)와 김신영 교수.
양성은 교수(왼쪽)와 김신영 교수.
치아에 금이 가거나 치아가 깨지는 것을 치아 크랙(crack)이라고 한다. 치아 크랙이 치아의 단단한 표면인 법랑질 안의 상아질까지 미치면 신경과 혈관이 있는 치수가 자극 받아 아프거나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치아는 뼈와 달리 깨진 부분이 다시 붙지 않는다. 초기에 발견하면 치아 크랙이 악화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간단한 치료로 치아 기능을 온전히 회복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균열 범위가 치아 뿌리까지 커져 이를 뽑아야 할 수도 있다.

치아 크랙은 대구치(어금니)에 가장 많이 생긴다. 양성은·김신영 서울성모병원 치과병원 보존과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2011년 7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진료한 182개의 치아 크랙 중 159개(87.4%)가 대구치 크랙이었다. 하악 대구치가 86개(47.8%), 상악 대구치가 73개(39.6%)로 아랫쪽이 위쪽보다 많았다.

환자 연령대는 50대가 다수였다. 양성은 교수는 "나이가 들면 치아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아질의 피로 저항도가 떨어지고 치아 내부의 수분량이 줄어 작은 충격에도 크랙이 발생할 수 있다"며 "평소 통증이 없다가 음식을 씹을 때 시큰거리면 치아 크랙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아 크랙은 치주낭을 유발해 치아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치주염으로 치아의 잇몸뼈가 손상되면 치아 뿌리와 잇몸 사이가 벌어진다. 그 틈이 치주낭이다. 치아 크랙이 치아의 윗부분에 한정되면 치주낭 깊이는 3㎜ 이내다. 치아 신경까지 파괴할 위험은 10% 정도로 비교적 낮다.

치아 크랙이 치아의 아랫부분까지 진행되면 치주낭 깊이가 4㎜ 이상이다. 이 경우 치아 신경이 죽는 치수괴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치주낭 깊이가 4~6㎜인 치아의 31.8%, 7㎜인 치아의 28.6%에서 치수괴사가 나타났다.

치수괴사 환자는 죽은 치수 조직을 제거하는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 치수를 깨끗이 없애고 내부를 소독한 뒤 빈 공간을 인공 물질로 영구적으로 채워넣어 재발을 방지한다. 치수가 없는 치아는 혈액의 영양분을 공급 받지 못해 쉽게 부서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치아를 감싸는 크라운을 씌워야 한다.

양 교수는 "치아 크랙의 진행 정도는 의사도 쉽게 알기 어렵고 치료가 잘 됐어도 균열이 심해질 수 있다"며 "중장년층은 주기적으로 치아 건강을 확인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소 치아가 강한 압력을 받지 않도록 해야 치아 크랙을 막을 수 있다. 김신영 교수는 "치아 크랙을 예방하려면 음식을 씹을 때 한쪽 치아만 자주 사용하거나 얼음, 건어물, 오돌뼈 같은 딱딱한 음식을 즐기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