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4강 진출에 성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정현 선수(사진)는 다른 테니스 선수와 달리 스포츠 고글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다. 심한 고도근시와 약시 때문이다. 여섯 살에 약시 판정을 받은 정현은 책 대신 녹색을 보는 것이 좋다는 의사 말에 테니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현의 에피소드가 공개되면서 약시 등 시력장애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현도 앓는다는 '약시'… TV 볼 때 눈 찡그리는 아이 검사받아야
약시는 어릴 때 발달해야 할 시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한쪽이나 양쪽 교정시력이 좋지 않은 상태다. 성장과 함께 안구 길이가 길어져 먼 거리를 잘 보지 못하게 되는 근시,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 탄성이 떨어져 가까운 거리를 잘 보지 못하는 노안도 흔한 시력장애 질환이다. 이들 질환의 종류와 증상을 알아봤다.

약시, 4세 미만 때 발견하면 95% 완치

안경을 써도 교정시력이 0.8 미만이거나 두 눈의 시력 차이가 시력표상 두 줄 이상 차이가 나면 약시로 판정한다. 약시는 사시, 심한 굴절이상, 양 눈의 시력이 다른 짝눈 등으로 나타난다. 백내장, 각막혼탁이나 안검하수 등이 약시로 이어지기도 한다. 약시는 인구의 2~2.5%가 겪는 비교적 흔한 안질환이다. 10세 미만 어린이 환자도 많다.

약시는 사시 약시, 굴절부등 약시, 굴절이상 약시, 기질적 약시 등으로 구분된다. 사시 약시는 사시 때문에 한쪽 눈을 사용하지 않아 생긴다. 굴절부등 약시는 양쪽의 시력이 많이 차이가 날 때 한쪽 눈만 사용해 다른 쪽 시각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굴절 이상 약시는 근시, 원시, 난시가 심한데도 교정하지 않아 생긴다. 기질적 약시는 각종 질환 때문에 발생한다.

아이는 큰 물체의 유무 정도만 어렴풋이 알 수 있을 정도의 시력으로 태어난다. 생후 3~4개월이 되면 보호자와 눈을 맞추고 따라볼 수 있게 된다. 서서히 시력이 발달하는데 굴절약시, 사시, 안구 질환 등이 없으면 만 5~6세 정도에 교정시력이 1.0에 도달한다.

아이가 TV 볼 때 유심히 관찰해야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만 4세에 약시를 파악하고 미리 치료하면 완치율이 95%에 달한다. 시력 발달이 거의 멈추는 만 8세에 치료를 시작하면 완치율은 23%로 크게 떨어진다. 만 7세 이전에 약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약시를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장애가 생길 위험이 크다. 성인이 돼 라식, 라섹 등 시력교정술로 치료하는 것도 어렵다. 조기에 치료해야 평생 시력을 만들 수 있다.

아이는 한쪽 눈에 약시가 있어도 다른 쪽 눈이 정상으로 발달하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약시 증상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세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렵다. 아이가 TV를 볼 때 눈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숙여 눈을 치켜들어 보면 약시를 의심해야 한다. 지나치게 가까이 가서 볼 때도 마찬가지다.

약시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정기적으로 안과검진을 받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약시를 교정할 때는 안경치료, 가림치료, 약물치료 등을 활용한다. 사시약시는 수술하기도 한다. 백내장, 망막질환, 각막질환 등으로 약시가 생겼을 때도 수술해야 한다. 김응수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안과 교수는 “만 1세, 3세, 6세에는 사시검사, 약시검사, 안경 필요성 검사를 받아 눈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근시는 성장기에 주로 생겨

근시는 먼 곳을 볼 때 물체의 상이 망막 앞쪽에 맺혀 가까운 곳은 잘 보이지만 먼 곳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근시는 대부분 안구 앞부터 뒤까지의 길이가 길어져 생긴다. 성장과 함께 시력이 나빠지다가 성장이 끝나는 20세쯤에 시력이 고정된다. 안구 길이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병적 근시로 분류한다. 가까운 거리를 보는 작업을 계속하면 일시적으로 근시가 생길 수도 있다. 작업을 중단하고 쉬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이를 가성근시라고 부른다. 당뇨나 백내장 때문에 수정체가 굳어져 생기는 근시는 합병근시라고 한다.

일부 아시아 국가는 근시가 전체 인구의 70~9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유럽과 미국은 30~40%, 아프리카는 10~20% 정도다. 근시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돼 생긴다. 최근에는 어린아이도 근시 진단을 받는 일이 많다. 발육이 좋아져 성장과 함께 눈 길이가 길어지는 빈도가 높은 데다 학업량이 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많이 써 가까운 거리를 볼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근시 조기 진단이 늘어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근시는 오목렌즈로 된 안경을 써 교정한다. 굴절 이상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가 디옵터다. 경도 근시는 -3 디옵터 이상, 고도 근시는 -6 디옵터 이하를 말한다. 전체 근시의 30% 정도가 고도근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원인이 되는 다른 질환이 있다. 시력은 1.0, 0.5, 0.1과 같은 숫자로 표시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0.75 디옵터 정도 근시면 0.4~0.6 정도 시력을 보인다. -2~-3 디옵터 이상 근시는 0.1 이하다. 근시로 판정되면 안경이나 렌즈로 시력을 교정하거나 각막을 깎아 시력을 맞춘다.

학령기에 접어든 아이가 칠판 글씨를 못 보겠다고 하거나 사물을 볼 때 눈을 찡그리면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두통을 호소하거나 학교 수업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근시 증상이다. 나이가 든 뒤 근시가 생기는 일은 많지 않다. 갑자기 시력이 떨어져 운전 등을 할 때 불편을 느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수정체 조절력 떨어지는 노안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다. 사물을 볼 때는 눈의 조절력이 카메라 자동초점 기능을 해 초점을 맞춘다. 가까운 물체를 볼 땐 눈 속 수정체가 두꺼워지며 초점을 잡아준다. 눈이 노화해 조절능력이 떨어지면 가까이 있는 물건이 잘 보이지 않는 노안이 생긴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작은 글씨를 오랫동안 집중해서 보는 일이 증가하며 눈 조절력은 더욱 빠르게 노화하고 있다. 30대 젊은 노안이 증가하는 추세다.

정현도 앓는다는 '약시'… TV 볼 때 눈 찡그리는 아이 검사받아야
노안은 대개 40대 중반께 시작한다. 가까운 거리가 잘 보이지 않고 시야가 흐려지기도 한다. 노안이 생기면 먼 것과 가까운 것을 교대로 볼 때 초점이 잘 바뀌지 않는다. 책을 읽을 때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조명이 어둡거나 작은 글자를 볼 때 특히 증상이 심해진다.

송종석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노안으로 진단받으면 기본적으론 돋보기가 처방된다”며 “조절력이 떨어져 근거리 초점이 맞지 않는데 계속 가까운 것을 보려고 시도하면 조절성 눈 피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경을 쓰고 있다면 안경을 벗고 가까운 물체를 보거나 다초점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응수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안과 교수, 송종석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