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확인 절차·국내 사업자 역차별 등 쟁점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상 '잊힐 권리' 보장을 위해 의욕적으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13일 방통위에 따르면 방통위는 11일 제19차 위원회를 열고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 제정안을 위원회에 보고했으나 위원들의 논의 결과 수정·보완하기로 했다.

위원들은 크게 두 가지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글·사진·동영상 등 게시물에 대한 접근배제를 요청하는 개인이 게시물의 작성자 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절차의 확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자신이 올린 게시물을 보거나 검색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인데, 본인 확인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엉뚱한 제3자가 남의 게시물을 자기 게시물이라고 주장하며 접근배제를 요청해 게시물을 보거나 검색할 수 없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가이드라인을 실제 수행할 주체인 포털 등 인터넷 검색 사업자들이 가이드라인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느냐의 문제였다.

특히 후자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 사업자들이 뚜렷하게 가이드라인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으면서 네이버·다음 등 국내 사업자가 역차별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이드라인 준수에 좀 더 적극적인 국내 사업자들이 인력이나 비용 측면에서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게시물에 많은 댓글이 붙었다면 그 자체로 공론이 형성된 것인데, 본 게시물에 대해 접근배제 조처를 하면 댓글도 함께 사라지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큰 문제가 없으면 당장 이달부터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위원회가 제동을 걸면서 시행 시기가 늦춰지게 됐다.

이처럼 차질이 생기자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12일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들과 만나 가이드라인 시행과 관련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사업자들은 요청하는 사람이 게시물이 자기 것임을 입증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이 사업자들을 포함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며 수정·보완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검색 사업자를 포함해 국내외 사업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을 수정·보완해 위원회에 보고한 뒤 5월 말 또는 6월께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