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알파고의 서로 다른 '노림수'…"AI 무대는 바둑판 밖 세상"
[ 최유리 기자 ]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맞대결을 하루 앞두고 서로 다른 노림수를 드러냈다. 대국의 결과와 상관없이 각각 AI의 진화와 바둑에 대한 관심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특히 구글은 범용적인 AI 기술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구글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대국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 9단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하사비스 CEO는 바둑같은 게임을 넘어 AI의 무대를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질병이나 기후같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를 활용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AI(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나아간 범용 A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를 개발할 계획이다.

하사비스 CEO는 "현재 AI는 수작업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의 미션을 수행한다"며 "다음 과제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알고리즘으로 여러 과제를 수행하는 범용적 머신러닝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서로 다른 '노림수'…"AI 무대는 바둑판 밖 세상"
이번 대국 이후 AI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이 9단과의 대결로 기술적인 보완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사비스 CEO는 "대국으로 기존에 알지 못했던 알파고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며 "알파고는 결국 과학자들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결과와 상관없이 인간의 창의성이 가진 힘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9단 역시 이번 경기를 통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간을 꺾은 AI와 대결하는 것은 그에게도 첫 경험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바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9단은 "내일 대결로 바둑 역사의 한 획을 긋게 될 것"이라며 "아름답고 재밌는 바둑을 두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 주인공은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대국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 9단은 인간의 직관력을, 알파고는 기계의 평정을 각각 승부수로 내세웠다.

하사비스 CEO는 "인간과 달리 기계는 긴장하지 않는다"며 "피로를 느끼지도 겁을 먹지도 않는 게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9단은 "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직관력과 판단력 등 인간 본연의 감각은 알파고를 앞선다"고 자신했다.

이 9단과 알파고가 겨루는 '세기의 대결'은 오는 9일 열린다. 대국은 오는 15일까지 총 5회(9, 10, 12, 13, 15일)에 걸쳐 진행된다. 모든 경기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 마련된 특별 대국장에서 오후 1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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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