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SNS업체 페이스북, 직원 55명 와츠앱 190억달러에 인수
세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이 이스라엘 바이버를 인수한 지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이 미국의 와츠앱 인수를 발표했다. 와츠앱과 위챗이 규모를 앞세워 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라인을 서비스하는 네이버의 주가는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8% 넘게 급락했다.

○이용자 한 명당 42달러 가치

직원이 55명에 불과한 와츠앱을 페이스북이 190억달러(약 20조3870억원)나 들여 인수키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직원 수 2만500명의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구글이 2011년 인수할 때도 인수 대금은 125억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모바일 시대에서도 페이스북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페이스북은 와츠앱 인수로 4억5000만명에 달하는 모바일 이용자를 한꺼번에 얻게 된다.

강력한 경쟁 서비스를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와츠앱 이용자 한 명당 가치는 42달러로 평가돼 인스타그램 인수 당시의 33달러나 바이버의 3달러에 비해 높지만 미래의 위협을 제거한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과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와츠앱을 통해 페이스북의 침투율이 낮은 신흥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오나보에 따르면 와츠앱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2%로 스냅챗(26%)과 스카이프(21%), 페이스북 메신저(17%)에 뒤진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브라질 독일 스페인 등에선 90%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인수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와츠앱이 미국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인기가 높다”며 “페이스북보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앱은 와츠앱이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은 와츠앱 인수로 10대 이용자 층을 확보하는 효과도 거두게 됐다. 페이스북은 12억명의 사용자를 갖고 있지만 10대들이 스냅챗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 빠져나가면서 미래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였다.

○라인·와츠앱·위챗 3파전 치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 주가는 8.13% 급락했다. 막대한 마케팅비를 쏟아붓고 있는 텐센트 위챗과의 경쟁도 벅찬 상황에서 와츠앱과 바이버까지 덩치를 키우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법인을 세운 네이버는 올해부터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지만 서구권 이용자에 우위를 보이고 있는 와츠앱이 페이스북을 우군으로 삼으면서 목표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변화는 크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양사 간 가입자 공유나 서비스 연결을 통해 시너지를 추구할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경쟁은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인과 위챗에 비해 기능적으로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와츠앱이 페이스북과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