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이 우리나라 휴대전화 요금이 세계적으로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한다고 발표하자 이동통신업계가 무리한 비교 조사 결과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원 이상식 박사는 29일 공정거래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상황 평가'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휴대전화 음성통화 요금은 통화량이 비슷한 주요 15개국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업체들은 "국가 간 요금 비교는 통신망, 요금 부과 방식, 통화 유형 등 직접적인 요인은 물론 경제 수준, 국토 면적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데 이번 소비자원의 조사는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한 허점투성이"라고 반박했다.

◇ "음성통화 요금 15개국 중 1위"
소비자원은 우리나라 휴대전화 분당 음성통화 요금은 2008년 기준으로 0.1443달러로 15개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5개국 평균(0.1024 달러)에 비해 훨씬 높았고 2위인 영국(0.1254 달러)과도 차이가 컸다.

이는 단순 요금 비교가 아니라 각국의 구매력을 고려해 분석한 것이다.

명목 환율만 고려해서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15개국 중 11위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가입자 1인당 월평균 음성통화 요금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다른 나라에서는 가입자들의 통화비 부담이 감소하고 있다.

15개국의 1인당 월평균 음성통화 요금은 2004년 32.88달러에서 2008년 28.84달러로 내려갔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43.32달러에서 45.60달러로 상승했다.

외국에서는 월평균 통화시간이 증가해도 분당 음성통화 요금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분당 음성통화 요금이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조금 올랐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경실련 윤철한 부장은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이통사는 비용이 감소했는데도 2004년 이후 음성 통화료 인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이호영 교수는 "그동안 다양하고 복잡한 요금제가 출시됐지만 이동통신 요금은 내려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음성통화 요금뿐 아니라 국제 로밍요금도 비싼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이 10개국의 국제 로밍요금을 비교한 결과, 외국에서 자국으로 발신하는 경우에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비쌌다.

다만 해외의 특정 국가 안에서만 이용할 때는 9위로 낮은 편이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후발 사업자여서 국제 망 사용료에 대한 협상력이 약하고 망 사용료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문자 메시지 요금은 건당 20원으로 미국(152.5원), 영국(117.8원)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일정 건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 이통업계 "비교 기준 잘못됐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휴대전화 가입자 수의 산출 방식이 서로 다르므로 국제적인 단순 비교는 무리라고 반박했다.

SK텔레콤은 "외국은 한 사람이 여러 대의 단말기나 가입자인증모듈(SIM 카드)을 사용하기 때문에 단말기 대당 이용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가입자 수가 부풀려지면서 1인당 통화요금이 실제보다 적은 것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도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국가의 허수 가입자 수(단순 SIM 카드 보유자)는 2005년 이후 급격히 증가해서 가입자당 매출액 등이 실제와 달리 감소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그리스처럼 SIM 카드가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개통 단말기 수와 실제 이용자가 다른 만큼 가입자당 매출(ARPU)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KT는 "소비자원이 비교 조사에 활용한 메릴린치의 자료에서 분당 매출액을 `분당 음성통화 매출'로 해석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가입비와 부가서비스 요금 등을 매출에 포함하고 있어 기준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소(KISDI) 김희수 박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내 이동통신 음성요금이 외국에 비해 높은 편이고, 최근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객관적 기준이 불분명한 비교는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서울시립대 성낙일 교수와 업계 참가자들은 "요금 부과 방식이나 통신 방식이 다른 국가 간에 요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