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쇠똥구리가 없었더라면 지구는 지금쯤 쇠똥을 비롯, 무릎 높이까지 쌓인 온갖 동물들의 배설물로 뒤덮여 있었을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쇠똥구리는 큰 동물의 똥을 동그랗게 뭉쳐 나중에 먹으려고 땅에 묻어두는데 이 과정에서 땅을 비옥하게 하고 질병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들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르헨티나 과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졌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자연과학 박물관 연구진은 지금은 멸종한 남아메리카의 거대 포유류들이 약 3천만년 전에 남긴 지름 최고 7㎝의 거대한 배설물 화석들을 분석한 결과 쇠똥구리 외에도 수많은 곤충이 이를 먹이로 삼았음을 발견했다고 고생물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들은 "화석에 나타난 흔적들은 쇠똥구리가 파묻은 똥덩어리들을 몰래 훔쳐 먹은 다양한 동물들의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화석에 나 있는 굴과 구멍들의 크기와 모양을 보면 다른 쇠똥구리들과 파리, 지렁이들이 쇠똥구리의 양식을 축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바위에는 이들 동물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지만 배설물 화석에는 배설물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 전체가 놀랍도록 자세히 보존돼 있다는 것이다.

약 3천만 년 전 남아메리카에는 거대한 배설물을 남기는 거대한 초식동물들이 서식했는데 화석으로 발굴된 것만 해도 소형 자동차 크기의 아르마딜로, 키가 6m나 되는 땅늘보, 코끼리만한 유제포유류 등이 있다.

연구진은 쇠똥구리 자신은 화석화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작업 결과는 최고 4천만년도 넘고 크기는 테니스 공 만한 동그란 화석들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