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K씨는 주말이면 인터넷TV(IPTV)로 주문형비디오(VOD)를 보는 재미에 빠져 있다. 하지만 호주 출신의 유명 영화배우 휴 잭맨 등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찾느라 애를 먹기 일쑤다. 메뉴가 복잡한 데다 작은 리모컨 키패드로 영화 제목을 입력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런 불편이 곧 사라질 전망이다.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 제목을 말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찾아주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말(음성)로 작동하는 TV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3일 KT중앙연구소 가온미디어 등과 공동으로 시청자가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 제목,출연자의 이름,장르 등을 말하면 해당 콘텐츠를 검색해서 찾아주는 '음성인식 IPTV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리모컨에 있는 마이크에 특정 단어를 말하면 IPTV와 연결된 셋톱박스에 내장된 음성인식 소프트웨어가 작동해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주는 방식이다. 그동안 내비게이션 등에 음성인식 기술이 적용돼 왔으나 TV 조작에 음성 인식 기술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TRI는 하반기 중에 음성인식을 지원하는 셋톱박스 20여대를 제작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험 가동할 계획이다.

이번에 개발한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는 50만개의 단어를 고속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인식 정확도는 92% 수준이다. 현재는 한국어와 영어만 인식할 수 있으나 일본 중국어 등의 인식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특정 단어만을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테마별 검색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애인과 볼 만한 영화' 등을 말로 하면 IPTV사업자의 VOD서버에 있는 해당 콘텐츠를 검색해서 찾아준다. 이윤근 ETRI 음성처리연구팀장은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하면 노인이나 어린이들도 손쉽게 IPTV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