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는 테이프를 한번 꼬아 양끝을 붙이면 만들어지는 띠다. 한 면을 따라 색칠하다 보면 양면 다 칠해진다. 안팎은 물론 시작과 끝도 없다. 1865년 독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A.F.뫼비우스가 발견함으로써 세상 모든 것에 안과 밖이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SK텔레콤 대표 브랜드 'T' 로고는 바로 이 뫼비우스의 띠를 모티브 삼아 고객과 T가 하나 되는 개념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고객과 기업이 앞뒤 없이 공존하는 모습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T는 통신(Telecom), 기술(Technology), 최고(Top),신뢰(Trust)의 상징이다.

뫼비우스의 띠는 이처럼 공존과 하나됨의 징표지만 때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나 출구를 찾기 힘든 미로를 뜻하기도 한다. 같은 제목의 조세희씨 소설에서처럼 분명 피해자가 있지만 일이 꼬인 끝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되지 않거나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 상태가 그것이다.

'박연차 게이트'와 '장자연 사건'이 뫼비우스의 띠에 비유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두 사건은 등장인물과 구성이 모두 다른데도 불구,여러모로 닮았다. 돈 · 권력 · 기회에 대한 유혹이 얽히고설킨 점,관행이란 이름 아래 이뤄진 점,소리는 요란하지만 끝이 확연하리라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 등.

전말을 알기 힘든 게 이 두 가지에 국한되랴.욕하면서 배운다고 정치인들의 낯 두꺼운 행위에 분노,통탄하던 사람들도 그쪽에 발만 들여 놓으면 기막히게 닮는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에 혀를 차던 사람들이 비슷한 사태에 휘말리는 일도 적지 않다.

"왜" "어쩌다가"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세상 혼자 못산다. 어디서든 그 바닥 생리를 터득해야 살아남는다. " "나도 남자다. " 사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두 가지 사건으로 대변되는 불법 로비와 접대가 되풀이되는 건 순전히 '학습효과' 탓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돼 봤자 한동안 시끄럽다 말 테니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그만'이라는.두 사건의 끝이 어떨진 알 길이 없다. 바라건대 이번 만큼은 그게 만수산 칡덩굴처럼 복잡하고 단단히 엉켰든,뫼비우스의 띠처럼 선과 후를 찾기 힘들든 제발 제대로 좀 처리됐으면 싶다. 그래야 '그까짓 것,바보들이나 들키지'하는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날 테니.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