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TV(IPTV)에서 상영되는 최신 영화가 불법파일 형태로 인터넷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IPTV 사업자들이 저작권 보호장치를 통해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막고는 있지만 일부 네티즌들의 손에 여지없이 뚫리고 있는 것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PTV에서 상영중인 최신영화가 일부 파일공유(P2P) 사이트나 웹하드사이트에 파일형태로 줄줄이 올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일 이름에IPTV,IPTVRip 등의 단어가 들어간 일명 'IPTV 버전'이 그것들이다. '미인도' '순정만화' '아내가 결혼했다' '영화는 영화다' 등 최신 영화 파일이 IPTV 버전으로 올라와 있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놈' '크로싱' '신기전' '님은 먼 곳에' 등의 영화 역시 지난해 IPTV에서 상영된 후 인터넷에 불법 파일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최신 영화는 IPTV에서 편당 1800~3500원을 내고 봐야하지만파일공유 사이트에선 100원 안팎에 내려 받을 수 있다.

IPTV 버전 영화파일은 IPTV를 통해 상영되는 영화 콘텐츠의 영상ㆍ음성 신호를 뽑아내 PC에 파일로 저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파일을 재생하면 화면 상단에제목이나 고화질(HD) 및 연령제한 표시가 있어 IPTV 콘텐츠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속칭 '어둠의 경로'를 통해 유포되는 영화 파일은 △극장에서 캠코더로 찍은 '캠버전' △영화 개봉 전 평론가들이나 비디오업자등에게 미리 배포하는 판본을 통해 만든 '스크리너버전' △DVD에서 소스를 추출해 디지털파일로 압축한 'DVD립(Rip) 버전' 등이 있다. 여기에 'IPTV 버전'이 새로 추가된 셈이다.

파일공유 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하드웨어에서 재생되는 콘텐츠의 경우 영상과 음성신호를 PC에 저장하는게 가능하다"며 "IPTV 버전의 불법 영화파일도 TV의 영상 및 신호를 PC로 보내 디지털 파일 형태로 저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회사들은 불법 복제를 막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KT관계자는 "IPTV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기 때문에 비디오 등의 녹화 장비로 녹화할 수 없다"며 "PC에서 화면을 저장하더라도 저작권 정보인 워터마크를 이용해 사후에 추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화 및 콘텐츠 업계에서는 IPTV 콘텐츠의 불법 유통이 확산될 경우전체디지털콘텐츠시장에악영향을끼칠것으로 우려한다. 업계관계자는 "IPTV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IPTV를 통한 콘텐츠 불법 복제가 늘어날 경우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영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