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뻔한 질문에 뻔한 대답이다. 그렇다면 프로축구를 없애고 한국축구가 정상에 설 가능성은 있을까.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거의 없다는 것이 정설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축구선수가 줄고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축구인구의 저변 확대가 그래서 중요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시장도 사정은 축구와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은 인터넷 포털의 경우 세계 정상에 거의 근접했다는 점이다. 이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생소한 분야의 시장을 신념으로 일군 전문사이트들의 역할이 지대하다. 튼튼한 저변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수익을 내고 있는 전문포털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 이러다간 어렵사리 맞은 인터넷산업의 부흥을 꽃피우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포털 활성화 없는 인터넷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불평등 계약 강요하는 대형 포털 > 전문포털이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자금력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대형 포털사이트와 경쟁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제 포털사이트는 ‘관문’의 역할을 벗어나 모든 비즈니스를 직접 하는 ‘토털’ 사이트가 되면서 전문사이트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 사이트들이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다음취업센터를 오픈했다. 지난해까지 다음은 취업 전문사이트인 스카우트와 계약을 맺고 이 업체로부터 콘텐츠를 받았다. 그러나 다음은 온라인 취업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해 말 스카우트와 계약연장을 하지 않았다. 대신 사내 벤처로 다음취업센터를 설립, 직접 취업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유행한 블로그 전문사이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에 생소한 서비스였지만 블로그는 기존의 홈페이지 서비스와 결합되면서 저변이 크게 확대됐다. 그러자 네이버, 야후, 엠파스 등 대형 포털들이 하나둘씩 블로그서비스를 시작했다. 더욱이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무제한 용량 제공’을 무기로 사용자를 불러모으고 있다. 이렇게 대형 포털이 물량공세에 나서자 블로그, 블로엔닷컴, 이글루스 등 전문사이트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포털과의 불평등한 관계도 전문사이트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전문사이트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 가장 선호하는 방식 중 하나가 포털사이트에 입점하는 것이다. 포털의 트래픽을 이용해 사용자와 매출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 입점 기업들이 불평등한 계약관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한 인터넷 기업 대표는 “사이트가 안정화될 때까지 9대1 혹은 8대2의 수익배분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경험담을 얘기했다. 그래도 대놓고 불만을 얘기하지 못한다. 입점효과도 높고 입점을 원하는 기업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업의 주요 매출원 중 하나는 온라인 광고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지난 3분기 매출의 53%가 광고에서 나왔다. 하지만 전문매체로 갈수록 온라인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진다. 광고주가 대형 포털만 선호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광고업체인 디노커뮤니케이션 이상균 사장은 “전문 포털사이트가 정확한 타깃팅이 가능한 이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고주들이 대형 포털 위주의 광고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광고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이 일부 포털사이트에만 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인 여건도 전문포털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료화와 저작권 문제다. 채팅,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사이트에서는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지만 정보콘텐츠에 대해서는 네티즌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온라인 영화와 음악분야는 앞으로 크게 성장할 분야라고 누구나 예상하지만 이 같은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다. 파일 공유 사이트를 통해 불법 동영상과 음악파일 교환이 성행하는 현 상황은 인터넷 기업에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다. 동영상과 음악을 유료로 구입하지 않으려 할 뿐만 아니라 저작권 소유자들이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 저작권 몸살 앓는 음악·영화 사이트 > 씨네웰컴, 무비스 등 국내 영화 사이트들은 한정된 한국영화 위주로 상영하고 있다. 극장에서 개봉한 대작이 부족하다 보니 에로영화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큰 편이다. 이와 관련, 무비스 관계자는 “외국계 직배사 및 국내 배급사들이 온라인 판권을 인정해야만 온라인 영화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영화배급사들은 저작권에 대한 네티즌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그만큼 불법복제가 심각해 온라인 영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음악은 한층 정도가 심각하다. 맥스앰피쓰리, 푸키 등 9개 온라인 음악 사이트들은 현재 대형 오프라인 음반사들과 저작권 및 유료화 정책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입장 차이가 커 난항을 빚고 있다. 최대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인 벅스뮤직은 음반사들과 10여건에 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종전의 음악 전문사이트들이 저작권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이에 대형 포털들은 호시탐탐 온라인 음악 사이트 진출시기를 엿보고 있다. 세이클럽의 경우 11월 초에 음악 사업을 시작했다. 각종 소송과 유료화 문제로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음악 사이트들은 음반사와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포털사이트와 경쟁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전문사이트들이 느끼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돈이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창업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닷컴 비즈니스도 자금이 없이는 어렵다. 자금이 부족한 전문포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전문성’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대신 대형 포털이 직접 진출할 수 없는 분야이어야 한다. 닷컴 비즈니스의 철칙이 하나 있다. ‘절대 포털과 경쟁하지 말라’는 것이다. 포털에 입점을 하든 제휴를 하든 ‘파트너’가 돼야지 ‘경쟁자’가 돼서는 성공할 수 없다. 야후, 엠파스 등 포털사이트에 지도를 서비스하는 콩나물닷컴은 올해 30억원의 매출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2000년부터 인터넷 지도서비스라는 한우물만 팠다. 한때 자금난을 겪기도 했지만 기술개발에 소홀히 하지 않은 덕분에 현재 누구도 따라잡지 못하는 위치에 올랐다. 문서, 서식분야 포털사이트인 비즈폼도 욕심내지 않고 한우물만 파서 성공한 경우다. 이 회사는 문서, 서식분야 1위 사이트로 야후 등 포털사이트에 자사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동창회 사이트 다모임은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2분기부터는 매월 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적지 않은 수익도 내고 있다. 이 사이트는 졸업생이 아닌 재학생들의 커뮤니티로 하루 로그인 방문자수만 250만명이다. 이러한 성과는 아무리 포털이라 해도 이루기 힘들다. 최근 네이트닷컴, 하나포스닷컴 등 유수 포털에 검색엔진을 제공하는 코리아와이즈넛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이용해 전문검색사이트 ‘아이시티’를 오픈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추호석 사장은 “포털과 경쟁할 필요는 없다”며 “아이시티를 여행, 레저 등 특정분야의 전문검색사이트로만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강희종ㆍ아이뉴스24 기자 hjkang@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