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NHN, 다음, 엠파스 등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이 같은 사실은 유감없이 드러난다.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의 전체 매출을 넘어선 업체가 등장했을 정도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대형 포털들만이 성장의 단물을 마시고 있을 뿐이며 대부분의 중소 포털들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포털업계에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전문화된 서비스를 무기로 어떤 대형 포털도 넘보지 못하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구축한 ‘전문포털’들이 있어 주목된다. 이들의 성공비결을 들여다봤다. 지난 10월20일 국내 대표적인 대형 포털사이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3분기 실적 발표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미 상반기에 618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03% 성장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기록한 다음은 3분기에도 엄청난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3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성장했고,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은 104억원, 103억원으로 각각 153%, 332%가 증가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함께 포털업계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NHN의 실적도 놀랍기는 마찬가지. 상반기에 이미 전년도의 매출액을 넘어선 이 회사는 3분기에만 영업이익 174억원, 경상이익 174억원으로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다음과 NHN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엠파스, 야후, 네오위즈 등의 포털업체들도 상당한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부러움을 사고 있다. < 대형 포털, 성장 단물 독식 > 대부분의 산업이 10% 성장도 어려운 경기침체 상황에서 대형 포털들의 성장은 ‘군계일학’이라 불려도 무방하다. 그러나 모든 포털업체들이 고르게 성장한 것은 아니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다’는 말처럼 대부분의 중소형 포털업체들은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중소 포털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뭘까. 포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돈이 된다 싶으면 대형 포털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인지도를 앞세워 중소업체들이 일군 시장을 한번에 삼켜버리는 탓에 중소업체들은 생존하기조차 벅차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대형 포털보다 우수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해도 영업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 포털들의 서비스 확대는 치열한 포털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부득이한 전략이므로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마케팅 조사업체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는 2,500여만명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포털업체들의 전략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이기보다 자사의 사이트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충성고객’ 확보로 선회하고 있는 것. 이를 위해 네티즌들이 선호하는 서비스를 다양하게 구비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네티즌들의 인터넷 사용패턴의 변화도 중소업체에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2003 KNP 인터넷 사용자 조사’에 따르면 국내 네티즌들은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곳의 사이트를 돌아다니기보다 두세 곳의 사이트를 집중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새로운 사이트를 찾는 사용자들이 감소함에 따라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생 포털들의 방문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중소 포털들은 생존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인터넷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낮은 인식도 중소업체의 고민거리다. 인터넷 광고는 TV광고에 이어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광고방식이다. 이에 따라 다음, NHN 등 대형 포털의 경우 매출의 절반 가량이 광고에서 발생할 정도로 인터넷 광고시장은 대폭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인지도가 낮은 중소 포털들에 광고를 통한 매출증대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결국 중소업체의 희망은 유료 콘텐츠 거래에 제한되는데 네티즌들이 유료 이용을 기피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것이다. < 네티즌 50% 유료사이트 이용 > 그러나 최근 유료 콘텐츠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이 점차 늘고 있어 중소업체에 희망을 주고 있다. ‘2003 KNP 인터넷 사용자 조사’에 따르면 네티즌들의 50.5%가 하나 이상의 유료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2001년 36.2%, 2002년 47.3%에 비해 상승률이 크게 신장한 것은 아니지만 중소업체들이 기대를 걸 만한 대목이다. 전반적인 시장상황이 중소 포털업체에 좋지 않음이 분명하지만 이 와중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며 입지를 굳힌 업체들이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아무리 대형 포털이라 해도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전문적인 콘텐츠,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로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문포털’이라 불리는 이들은 넓지는 않지만 깊고 풍성한 정보의 바다를 실현하며 인터넷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있다. 메가스터디는 인터넷 입시교육 전문사이트의 가능성을 열어젖힌 업체다. 오프라인 입시학원들이 선점한 온라인 입시교육시장에 뒤늦게 진입했지만 최강의 강사진, 인터넷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한 서비스로 단기간에 온라인 입시교육시장을 평정했다. 2000년 창사 후 무서운 성장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204억원 매출에 순이익 6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무려 500억원. 케이웨더는 국내 기상정보 사이트의 총아로 불린다. 66년 사단법인 한국기상협회로 출발한 이 회사는 기상청이 제공하는 관측자료를 고객의 필요에 최적화된 형태로 가공, 서비스한다. 최근에는 모바일 서비스, 날씨보험 등 서비스 영역을 다양화하며 기상정보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티켓링크는 국내 문화공연 인터넷 예매시장을 호령하는 인터넷 예매 전문포털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 오페라, 전시회 등 전방위 예매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최근 실시하고 있는 서비스 유료화가 호응을 얻으며 수익성을 인정받고 있다. 네티즌들이 이용하는 데이터의 용량이 대형화되면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 ‘웹스토리지’ 서비스다. 그래텍은 웹스토리지분야에서 네티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최강의 ‘디지털 저장창고’로 군림하고 있다. 수익구조 역시 탄탄하다. 지난해 매출액 134억원, 순이익 67억원을 달성했다. 윕스는 특허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시장에서 꾸준히 특허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다. 자랑거리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특허정보를 통합, 제공한다. 99년 창사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내년부터 흑자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병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콘텐츠 유료화의 관건은 콘텐츠의 전문성”이라며 “대형 포털이 흉내낼 수 없는 특화된 콘텐츠를 구축한다면 전문포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내다봤다. 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