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대만을 번갈아 가면서 1년에 한차례씩 열리는 동아시아 석유화학회의는 서울대 화공과 출신 CEO(최고경영자)들의 동문회로 통한다. 낯선 얼굴과의 첫마디가 '몇기인가'다. 1950~60년대 화공과 졸업생뿐만 아니다. 70년대 이후 기계과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로 이어지면서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해 냈다. 서울대 공대는 자타가 인정하는 이공계 분야 스타의 산실이다. 서울대 공대인들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현역 CEO로 뛰고 있는 서울대 공대인을 통해 그 비결을 알아본다. -------------------------------------------------------------- [ 86학번 '이해진 NHN 공동대표 ] < 약력 > -1986년 상문고 졸업 -90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86학번) -92년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 졸업(석사) -92년 삼성SDS 입사 -97년 삼성SDS 사내 벤처 네이버포트 소사장 -99년 (주)네이버컴 대표이사 사장 -현 NHN 공동 대표이사 86학번 서울대 공대생들은 PC와 인터넷 보급의 혜택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사람들이다. 용산을 중심으로 1백만원대 PC가 널리 보급된 덕에 1학년 때부터 쉽게 PC를 조작할 수 있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1990년대 중반부터는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현재 IT.인터넷 관련 벤처의 최고경영자나 창업자들 가운데 86학번이 많은 것도 이때문이다. 컴퓨터공학과 동기 중에는 넥슨 창업자 김정주, 리니지 개발자 송재경(엔씨소프트) 등이 벤처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재학 때부터 프로그래밍 도사로 소문났었다. 이공계 학도 가운데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은 '정통파' 우등생이 아니고도 성공한 사람이 많기는 우리 세대가 거의 처음이다. 졸업한 뒤 병역특례 때문에 대부분 대학원 진학을 택했다. 석사 학위를 따는 쪽이 특례 대상자로 선발되는데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KAIST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92년 삼성SDS에 입사했다. 삼성SDS에서는 7년간 근무(이 가운데 1년 동안은 사내 벤처)했는데 검색 엔진을 주로 연구했다. 이것이 오늘날 '네이버'의 모태가 됐다. 네이버포트의 대표를 맡다가 99년 (주)네이버컴 독립과 함께 대표이사 사장이 됐고 지난해 게임업체 한게임과 통합법인인 NHN의 공동 대표가 됐다.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전공 관련 분야에 입사해 관심 있는 쪽을 연구하면서 젊은 나이부터 회사를 이끌게 됐고 오늘날까지 순탄하게 왔다. 이것은 나뿐 아니라 내 또래 CEO 대부분의 경우다. 1999∼2000년 일어난 벤처 붐이 없었다면 우리처럼 젊은 사람들이 쉽게 창업자금을 마련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공대 후배들에게는 수동적으로 학교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기업에서 원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해 적극적으로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또 진로를 택할 때는 당장 눈앞의 현상에 혹하지 말고 10~20년 뒤를 내다보고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