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TV 광고에는 미래에 선보일 첨단기술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다. 가령 어느 이동전화업체 광고에는 중동 건설현장에 나가 있는 아버지가 휴대폰으로 딸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차세대 영상이동통신으로 불리는 IMT-2000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법.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는 동영상 통화의 초보적 형태는 이미 지금의 이동전화에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SK텔레콤과 KTF 등 이동전화 회사들이 내놓은 휴대폰 카메라 서비스가 그 것. 이는 휴대폰에 부착된 디지털 카메라로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무선 인터넷을 통해 e메일로 곧바로 전송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부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사진촬영은 물론 즉시 전송까지 가능한 컬러 휴대폰 카메라 서비스에 들어갔다. 자회사인 SK텔레텍에서 개발한 "스카이 IM-3100"은 3백60도 회전이 가능한 착탈식 디지털 카메라인 "모비캠(Mobile Camera)"을 부착해 자기 얼굴이나 별도의 원하는 장면을 자유자재로 촬영할 수 있다. 촬영한 화면은 단문메시지서비스(SMS)처럼 최대 5명에게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포토메일 기능도 제공한다. 이 휴대폰은 특히 신세대 젊은이들 사이에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 가령 상대방이 보낸 얼굴 사진을 전화번호와 함께 저장해 놓으면 상대방으로부터 전화가 올 때 그 사람의 얼굴사진이 휴대폰 액정화면에 자동으로 나타난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PC로 다운로드 받아 편집할 수 있는 포토앨범 기능도 있다. 그러나 이 휴대폰은 아직 동영상을 촬영해 전송하는 기능은 채용하지 않고 있다. SK텔레텍은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통화가 가능한 휴대폰도 내년께는 선보일 계획이다. KTF는 슈버(www.shubur.com)와 공동으로 휴대폰용 디지털 카메라 "입센"을 출시해 지난달 24일부터 대리점에서 시판중이다. 입센은 무선전송이 가능한 초소형 디지털 카메라로 무게가 74g에 불과하다. 휴대폰에 케이블로 연결한 후 찍은 사진을 무선인터넷 e메일로 상대방에게 전송할 수 있다. 전송되는 파일 형태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JPEG을 사용하며 플래시 메모리를 적용해 60장까지 저장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아직까지는 삼성전자 SPH A-500 모델에만 호환되지만 KTF는 향후 여러가지 모델에도 적용토록 할 계획이다. KTF는 특히 이 디지털 카메라가 19만원 대로 값도 싸 일반에 널리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대방의 얼굴과 움직임까지 실시간으로 보면서 통화하는 동영상 통화는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배터리 기술의 한계 때문이다. 다시 말해 컬러 동영상을 보면서 통화하려면 전력 소모가 커 고성능 배터리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충족시킬 만한 배터리 기술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