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7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다"며 정보화 시대에 맞는 한국 나름의 전략적 모형을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플러 박사는 "한국의 선택은 다름아닌 저임금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종속국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경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선도국가로 발돋움할 것인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플러 박사는 특히 "그 선택은 세계 경제가 지난 몇세기중 가장 빠르고 급진적인 경제력 재편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반드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14회 정보문화의 달 행사의 일환으로 방한한 토플러 박사는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용역으로 작년 12월부터 6개월간 수행한 '위기를 넘어서:21세기 한국의 비전'이란 보고서를 이날 정식 제출했다. 다음은 이 보고서의 요약. ◇세계적인 변혁의 바람= 닷컴기업과 하이테크 산업의 붕괴로 시작된 세계 금융시장의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일부 경제학자와 경영학자는 '신경제는 종료됐거나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신경제가 종료됐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19세기 초반 맨체스터 소재 일부 섬유회사가 파산했기 때문에 산업혁명이 19세기 초반에 종료됐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한국의 경우 신경제에 따른 혜택이 이익급증과 주가급등이 아니라 고용의 증가,소비자 가격 하락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게 될 것이다. 지식기반 경제로 변화하는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 등 저임금국가와의 소모적인 경쟁에 휩싸여서는 안된다. 지식기반 경제관련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한 예로 한국에서는 정부가 재벌기업들과 함께 전자상거래 부문에 많은 투자를했고 이것은 사이버 시장에서의 재벌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2000년 152억달러 매출이 발생하면서 전자상거래 붐은 가시화됐다. 수많은 한국사이트는 고객들이 물품을 받아본 다음에 인터넷을 통해 지불하도록 전자상거래 프로세스가 구성돼있다. 이렇듯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문화에 맞게 적용했다는 점이 아마 한국에서의 전자상거래 붐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원인이다. 정부는 지식기반 비즈니스 및 서비스를 차별하는 세금 및 규제정책을 체계적으로 재점검하고 폐지함으로써 최소한 '커머스+E'로의 이행을 장려할 수 있다. 강력한사생활 보호 및 소비자보호정책을 시행해야 하고 암호.인증기술에 대한 접근을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며 전통적인 산업경제에 맞춰진 회계제도의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제3의 물결:메이드 인 코리아= 신경제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며 생명공학과 정보기술이 완전히 융합되는 단계로 와있다. 이처럼 새로운 부의 창출 메커니즘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한국이 따를만한 검증된 모형은 없다. 한국이 다른 국가들이 현재 겪고 있는 상황들을 통해 부분적인 아이디어를 얻을수는 있지만 국가적인 모형으로 채택할만한 모형이 없다는 것이다. 개별 국가는 타국을 모방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자국만의 새로운 모형을 찾아내고 재구성함으로써자국 실정에 가장 적합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즉 한국의 미래는 한국이 스스로 만들어가야만 한다. ◇지식으로의 접속 = 디지털 시대로의 첫 걸음으로서 한국은 정보화 기반 구축에 있어서 가장 인상적이고도 성공적인 투자효과를 얻은 국가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약 9조2천500억원에 달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규모가 작다. 왜냐하면 이러한 시장의 상당부분은 SAP, Oracle, Microsoft와 같은 외국기업에 의해 잠식돼있으며 또 일부분은 하드웨어나 네트워크 장비의 설치 및 유지 보수와 관련된 기업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정보통신기술은 여타 선진국들과 비교해 약 2-3년 정도 뒤져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광통신 네트워크의 핵심기술과 같은 경우에는 그 차이가 더욱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이동 인터넷 통신분야에서의 차이는 단지 1-2년정도로 추정된다. 한국은 앞으로 물리적 하부구조를 더욱더 발전시켜야만 한다. 특히 오늘날 급속한 기술진보로 인해 기존 설치된 체제는 가속화되고 있는 새로운 발전에 적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신 규제 기구의 독립성을 제고하고 공급자간의 상호연관성을 촉진시켜 가입자망의 개방과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전화사업자, 케이블 TV사업자 그리고 위성회사간의 협력을 저해하는 사업영역을 격리시키고 규제장벽을 철폐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회의 창= 한국의 생물공학 관련 기술과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수출국이자 사용국가가 될 수 있는〈?봉?가지고 있다. 정보기술과 생물학의 완전한 융합은 양 분야에서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바이오칩 기술의 성공적인 개발은 한국의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향상시킬수 있다. 여기에 정보기술, 생명공학, 재료공학, 나노기술의 통합의 각 영역에 걸쳐 혁신을 촉진할 것이다. 한국은 반드시 이 모든 분야의 발전 대열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의하면 한국의 생물공학은 순수 연구분야, 응용 연구분야, 기술의 상업화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한국의 생산기술은 해외로부터 수입된 것이고 주요 화학 및 식료품 산업에서 생물공학의 기여는 매우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수준의 제고와 현재 진행중인 연구 이상의 가치 획득이 필요하다. 한국의 생물공학 부문의 역량을 2007년까지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의 달성여부는 발효기술, 항생제, 진단, 헤파티티스B, 유전자 변형재배 등의 영역에서의 성공과 그 성공을 기반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역량에 달려있다. 한국정부는 한국민간기업 및 대학과 공동으로 '바이오벤처펀드'를 신속하게 만들어야 하다. 이 바이오벤처펀드를 통해 미국, 유럽, 중국지역의 최첨단 생명공학신생업체 100개에 대해 한국 과학자와 대학원생이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주의 깊고 제한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대표적인 한국의 대학과 기업의 장차 생물공학산업에 제2세대 CEO를 배출하기위해 '바이오 경영석사'라는 MBA(Master in Bio-Administration) 신규과정을 개설할수 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현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