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는 지고 B2B가 뜬다"

올들어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이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B2C(기업-소비자간 거래)사업이 제대로 수익을 못내자 업계의 관심은 B2B(기업간 거래)시장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일단 시장의 절대규모와 거래단위가 큰 만큼 B2B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 받았다.

이때부터 B2B를 목표로 한 거래장터인 e마켓플레이스는 우후죽순 처럼 생겨났다.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기업들은 너도나도 B2B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지난1년간 국내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업계의 주요 화두중 하나가 "B2B"였던 건 분명하다.

<>B2B시장 현황=국내 B2B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B2B를 중개하겠다고 나선 기업들은 많지만 거래다운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은 많지 않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국내 B2B실태를 조사한 결과 운영중이거나 구축중인 e마켓플레이스는 1백70개를 넘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거래가 이뤄진 곳은 24곳에 불과했다.

또 설령 거래가 된다고 하더라도 e마켓플레이스는 거래처와 물품을 검색하는 정도의 기능만 하고 있다는게 산자부의 분석이다.

결제 등 전체 거래가 온라인으로 이뤄진 경우는 5%에 머물고 있다.

B2B거래를 위한 솔루션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B2B e마켓플레이스 자체가 초보단계인 것 처럼 B2B솔루션 시장도 이제 시작이다.

국산 B2B솔루션은 더욱 그렇다.

B2B코리아나 GT웹코리아 등 그나마 규모가 있는 e마켓플레이스 등은 i2테크놀로지 아리바(Ariba) 커머스원 등 외국기업들의 솔루션을 사용할 예정이다.

국산 B2B솔루션이 일부 개발되긴 했지만 "도토리 키재기"수준에 있다.

군소 e마켓플레이스 별로 단순 거래만을 지원하는 것으로 개발돼 있어 널리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누가 뛰고 있나=국내에서 B2B솔루션을 만들겠다고 나선 회사는 30~40개사에 이른다.

이들 회사는 크게 세가지 부류다.

첫째 쇼핑몰 프로그램으로 B2C시장을 장악했던 회사들이 B2B솔루션 개발을 시작한 경우.

이네트 파이언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두번째는 피코소프트 아이비젠 등 처럼 기업용 솔루션이나 SI(시스템통합)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무기로 B2B솔루션 시장에 뛰어든 회사다.

나머지는 인터넷언어인 XML(확장자표시언어)등을 개발하다가 B2B솔루션 개발에 참여한 회사들이다.

디지웹테크놀로지 디지털인포메이션뱅크(DIB) 비투비인터넷 등이 여기에 속한다.

출발점은 각기 다르지만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국산 토종 B2B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

이들은 아이비젠(대표 신양호)을 중심으로 "B2B솔루션 협의회"를 만들어 국산 솔루션을 공동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외국의 유수한 B2B솔루션 기업들은 대부분 한국에 진출한 상태다.

오라클 i2테크놀로지 SAP코리아 아리바 커머스원 등은 모두 한국에 현지법인이나 사무소를 개설,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앞으로 전망은=B2B솔루션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만은 분명하다.

가트너그룹 등 전문기관들에 따르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올해 4천만달러에서 오는 2002년 7억3천만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만 봐도 올해 2천7백억원 규모에서 2002년에는 5조원대로 급팽창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전자상거래의 대부분은 B2B가 차지할 게 뻔하다.

이처럼 B2B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여기에 필수적인 B2B솔루션 시장도 급성장하게 될 것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업계가 B2B솔루션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시장규모가 커진다고해서 그것이 모두 국내 업체들의 몫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B2B솔루션의 경우 단순한 중개기능은 "반쪽 솔루션"이 될 수 밖에 없다.

ERP(전사적자원관리) SCM(기업공급망관리)등 기존의 e비즈니스 솔루션과 통합 내지 연계시킬 수 있어야 한다.

B2B거래 자체가 기업의 e비즈니스중 일부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ERP나 SCM 등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에 국내 B2B솔루션 시장도 송두리째 빼앗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내 솔루션 업체들의 갈길이 그만큼 멀고 험하다는 얘기다.

산자부는 국산 B2B솔루션 개발을 위해 내년중 20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업계도 힘을 합쳐 공동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B2B솔루션이라는 황금알이 국내 기업들 몫으로 얼마나 돌아올 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