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이 주류가 됐지만, 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미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은 그대로다. 이를 두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낙관적인 경기 전망이 장·단기 금리 역전의 원인이라는 의견을 냈다. 미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기 국채를 매도하는 투자자가 많아져서다. 이 때문에 장기 국채 금리가 점차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미국 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2분기부터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13개월째 장·단기 금리 역전… 왜?

美 장·단기 국채금리, 13개월째 역전 '이상현상'
보통 장기 국채 금리는 단기 국채 금리보다 높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 감수 비용이 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장기 국채로 몰리는 경향을 보인다. 장기 국채 수요가 많아지니 금리는 하락(국채 가격 상승)할 수밖에 없다. Fed가 지난해부터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기준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 국채 금리도 함께 뛰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하는데, 신규 일자리는 역대급으로 많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연착륙(소프트랜딩) 기대가 커졌다.

그렇다면 ‘불황의 징조’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돼야 할 것 같은데 여전하다는 게 월가의 의문점이다. 14일 오전 2시(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168%,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899%다.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 금리보다 높은 역전 상태다. 월가에선 장·단기 금리 역전이 2개월 이상 유지되면 향후 1년 반 이내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본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지난해 7월 이후 1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월가에선 장·단기 금리 역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채권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보다는 단기 국채에 ‘베팅’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이러면 단기 국채 금리가 하락(국채 가격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Fed의 금리 인하가 기대되면서 장기 국채 금리는 급격히 상승했지만, 단기 국채 금리는 소폭 상승에 그치는 ‘베어 스티프닝’ 현상도 최근 나타났다. Fed가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인 연 5.25~5.5%로 기준금리를 올린 상황에서도 미국인들의 소비력과 고용시장이 탄탄한 점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짐 카론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가 경착륙(하드랜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하면 10년 만기 장기 국채를 소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 “내년 2분기 금리 인하”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13일자로 낸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가까워지면 금리를 정상화하려는 욕구에 따라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2분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얀 하치우스 등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우리는 분기당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만, 그 속도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금리가 결국 연 3~3.25% 수준에서 안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달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14일 오전 2시 기준 88.5%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