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에너지 위기에…美 석탄가격 최고치 급등 [원자재 포커스]
미국 석탄 가격이 처음으로 t당 200달러를 넘어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촉발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석탄 수요를 증가시키면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3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30일까지 일주일간 중앙 아팔래치아산 석탄 현물가격은 t당 204.95달러로 200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전역의 발전소들에서는 여전히 석탄이 최고 발전 연료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봉쇄 조치에서 회복되고 재개되면서 석탄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발전용 석탄 수요는 석탄 광부들과 천연가스 생산업체들이 발전소들에 늘릴 수 있는 공급량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이후 올해 2월 말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엎은 데다 가뭄과 폭염 등 기록적인 여름철 이상고온으로 인해 석탄과 천연가스에 대한 발전용 수요가 더욱 급증하면서 석탄 가격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석탄 생산업체들은 이미 최대치로 채굴 설비를 가동하고 있어 석탄 생산량을 더 늘릴 능력이 사실상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설령 석탄 회사들이 생산량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글로벌 공급망이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석탄 회사들이 추가 물량을 운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석탄 가격 폭등세는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등 전역에서 기록적으로 치솟고 있는 물가상승세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전세계 에너지 위기에…美 석탄가격 최고치 급등 [원자재 포커스]
블룸버그통신은 "치솟는 석탄 가격은 이미 기록적인 전기 요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가정에 더 큰 압력을 가할 것이다"고 전했다. 전미에너지지원이사협회(NEADA)에 따르면 최근 들어 미국 전국적으로 약 2000만가구, 6가구 중 1가구 꼴로 전기요금을 체납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에 미국 대형 석탄 회사들의 주가는 반등세를 보였다. 피바디 에너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장중 한때 6.5% 오른 26.42달러에 거래됐다. 아치 리소스 주식회사도 7.4% 오른 127.41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 세계 시멘트 생산량이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시멘트의 핵심 원자재는 유연탄(고효율 석탄)이다. 세계시멘트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시멘트 생산량은 전년동기 대비 8% 급감한 19억t을 기록했다. 이는 시멘트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건설 경기 침체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시멘트 생산량은 동기간 15% 급감해 9억7700만t에 그쳤다. 이 같은 감소폭은 20년만에 최대 규모라고 FT는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