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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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가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 속도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강도가 강해 달러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평가절상되고 있다는 얘기다. 투기적 요소가 강한 상품 시장과 달리 Fed의 통제를 받는 달러가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뜨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 긴축에 러시아 가스 차단 겹쳐

1달러=1유로…주식·부동산·금값 떨어져도 '弗타오르네'
Fed는 2020년 3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로 낮춘 뒤 2년 만인 올 3월 제로금리에서 벗어났다. 두 달 뒤엔 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올렸고 지난달엔 28년 만에 처음으로 75b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그 결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석 달 만에 제로금리에서 연 1.5~1.75%로 올랐다.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이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일본은 각각 제로금리와 마이너스 금리에 머물고 있다.

EU는 이달 13년 만에 제로금리에서 벗어날 계획이지만 여전히 미국에 비해 기준금리가 낮다. 일본은 아예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내년까지 양적완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는 달러 다음으로 결제 비중이 높은 국제 통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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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불안한 정세도 강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는 11일(현지시간) 오는 21일까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독일 등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주요 경로다. 같은 날 러시아는 이탈리아에도 가스 공급량을 감축한다고 통보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가스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악몽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며 “독일은 긴 시간 겪지 못한 중대한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은 에너지 공급원의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해왔다. 이탈리아 역시 연간 가스 수입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산으로 조달하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유가, 원자재, 곡물 등의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투자할 곳은 달러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달러 전망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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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의 긴축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뉴욕연방은행이 발표한 미국 가계의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은 6.8%로 조사됐다. 뉴욕연은이 해당 수치를 집계한 2013년 6월 후 최고치다. 13일 나올 전년 동기 대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5월(8.6%)에 비해 0.2%포인트 높은 8.8%로 예상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좀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Fed는 긴축의 고삐를 강하게 죄려 하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이날 AP통신에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며 “미국은 더 높은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도 이날 “7월 회의에서 금리를 75bp 올리는 방안을 지지한다”며 “예상보다 물가 지표가 훨씬 더 악화하면 100bp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고 했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침체 우려를 이유로 Fed가 당분간 긴축 기조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달러 가치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킹달러 시대’가 오래가기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마크 헤펠레 UBS 글로벌자산운용 CIO는 “달러 강세는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로 지속되고 있지만 몇 달 안에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장이 둔화하면 내년에는 Fed가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설 수 있어 달러의 추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