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앨런 브루킹스연구소 소장…증거은폐·금품거래 정황도
미 연방검찰, '카타르 불법로비' 4성 장군 출신 수사
미국 연방검찰이 해병대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이자 유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를 이끄는 존 앨런 소장을 불법 로비 혐의 등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연방검찰은 앨런 소장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아랍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며 외교적 고립 정책을 펴던 2017년 카타르를 위해 불법 로비를 벌인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앨런 소장은 로비스트로 정식 등록하지 않은 채 카타르 고위 관리들과 미국 관료들의 접촉을 주선하는 등 비밀 로비를 벌였다는 혐의를 받는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며 수집한 앨런 소장의 범죄 혐의 단서는 법원이 발부한 소환장과 통신 압수수색영장 등 관련 기록에 드러나 있다고 NYT는 전했다.

당시 사우디 등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카타르를 압박하자 카타르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비밀 로비 계획을 세웠는데, 앨런 소장이 이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게 골자다.

앨런 소장은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를 이끌며 카타르 고위 지도자들과 공고한 유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비밀 로비가 논의되던 당시엔 해병대사령관을 끝으로 예편하고 브루킹스 연구소 합류를 앞두고 있었다.

벤처캐피탈 에비뉴 벤처스의 운영자로 이미 불법 로비 등 혐의로 수감 중인 이마드 주베리, 리차드 G 올슨 전 UAE 대사 등이 앨런 소장과 불법 로비를 공모한 것으로 연방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특히 앨런 소장이 이 과정에서 금전적 대가를 챙기려 한 정황이 온라인 메신저 왓츠앱 대화 기록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주베리는 왓츠앱 메시지를 통해 올슨 전 대사에게 "이 계획대로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카타르의 절반을 소유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앨런 소장이 금전적 이해관계 때문에 범행을 공모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들도 여럿 확보됐다고 NYT는 전했다.

앨런 소장은 비밀 로비 계획이 논의될 때 이스라엘의 한 보안업체로부터 월 1만달러(1천254만여원)의 보수와 신규사업 창출 시 1.5%의 수수료를 받는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카타르의 한 업체가 해당 보안업체와 7천2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해 앨런 소장이 100만 달러(12억5천500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앨런 소장은 증거 은폐로 수사를 방해한 의혹도 받는다.

연방 검찰 수사관이 비밀 로비 계획에 대한 자료 제출이나 답변을 요구했지만 앨런 소장은 주베리, 올슨 전 대사와의 관련성이나 로비 활동을 둘러싼 금전 거래 등에 관한 어떤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