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들 실망·군사자산 공백 속 뒷말 무성
전문가들 "훈련 늘려 억지력 보여주라" 주장
미국 아프간 철군 뒤 대중국전략은…인도태평양 무력시위 늘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때문에 대중국전략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프간 철수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변수라고 주장해온 전문가들은 벌써 눈에 띄는 변화를 거론하고 있다.

사태 여파로 태평양에 있던 미군 전략자산들이 외도를 지속하는 가운데 태평양 동맹국들도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모항인 일본을 떠나 인도 서부 아라비아해에 머물며 공백을 노출하고 있다.

그 사이 중국은 미국이 아프간을 버렸다고 주장하며 자국 일부로 여기는 대만에 미국 보호에 의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결국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방위자립을 위해 더 큰 노력을 쏟자고 국민들 앞에서 다급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일본과 호주도 미국이 아프간 사태를 자신들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점, 철군 과정에 빚어진 혼란 등을 들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프간 철군 여파로 아시아가 예사롭지 않게 술렁이지만 미국의 대중국전략 기조 자체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전문가들은 25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를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아시아 부문 부회장, 알렉산더해밀턴 소사이어티의 개브리얼 신먼 전무이사는 아프간 사태에도 미국 안팎의 기본적 마인드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CSIS 설문조사 분석에 따르면 미국 대중들 사이에서는 중국과 관계가 경색되더라도 아시아 동맹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이번 아프간 사태를 둘러싼 반응에서 보듯 미국 연방 의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맹국 보호를 지지하고 있다.

아시아 동맹국들도 아프간 사태에 실망했으나 자국 안보전략을 미국과 맞춰가는 현 구도에서 이탈할 조짐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린 부회장과 신먼 이사는 미국이 흔들릴 수 있는 대중국전략을 살려갈 해법 가운데 하나로 중국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제안했다.

이들 전문가는 "기존보다 더 가시적인 훈련과 군사자산 배치로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억지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가오는 일본, 호주와의 국방장관 회담에서 군사훈련, 무기배치, 사이버·우주 협력 등 의제가 확고히 설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 협의체) 정상회의의 다음 달 개최 일정을 재확인하라고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역량 강화를 위해 의회가 승인한 태평양 억지 이니셔티브(PDI) 예산을 전면 집행하라고 주문했다.

그린 부회장과 신먼 이사는 아프간 사태가 대중국전략에 미칠 악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함께 시행할 조치로 ▲아프간 실패 시인과 재발방지 약속 ▲아프간 극단주의 세력의 해외 공격을 막을 대테러전략 강화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을 아우른 안보협의 다각화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경제적 협력체제 구축을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