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소에서 가짜정보 생성…배후로 러시아 의심"
군사작전 영향 미미…해상교통 안전성에 위협요소
"영국 항모전단 등 선박 100여척 위치·경로 조작돼"
영국 항공모함 전단을 비롯한 선박 100여척의 항해 경로가 조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환경감시단체인 스카이트루스와 글로벌피싱워치는 작년 8월 27일부터 올해 7월 15일까지 선박 이동을 분석한 결과 군함 100여척의 위치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입력된 자료와 달랐다.

항해 자료를 이같이 조작한 선박에는 영국 퀸엘리자베스 항모전단,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군함들이 대거 포함됐다.

올해 6월 AIS 자료를 보면 영국 구축함 디펜더, 네덜란드 호위함 에베르천이 러시아가 병합한 분쟁지역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항구로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군함은 당시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에 그대로 정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상황과 다르게 미국 구축함 루스벨트가 러시아 영해로 진입한다는 AIS 정보도 관측되기도 했다.

선박에 장착된 AIS는 해당 선박의 위치, 경로, 속도를 발신하고 다른 선박들이 보내는 같은 정보를 수신해 보여준다.

특정 규모 이상의 민간 선박은 AIS 송수신기를 장착해야 하지만 군함들은 그런 의무가 없이 교통안전을 이유로 자주 활용한다.
"영국 항모전단 등 선박 100여척 위치·경로 조작돼"
미국 해군은 2017년 충돌 사고 뒤 번잡한 해역에서 AIS를 사용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선박들의 AIS 정보는 인공위성 수신기와 해안에 설치된 수신소를 통해 웹사이트에 공개된다.

스카이트루스와 글로벌피싱워치는 군함들의 위치 조작이 해안 수신소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조작의 배후는 모르지만 누군가 군함의 그럴듯한 경로를 조작하려고 애를 쓰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과 영국 국방 소식통은 러시아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분석자료에서는 러시아 군함도 올해 6월에 우크라이나, 폴란드 해역에 진입하는 것으로 경로가 조작되기도 했다.

AIS 자료 조작이 군사작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긴장 수위가 높거나 전쟁 때 AIS를 켜고 다닐 군함은 아예 없다.

그러나 해상교통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가동되는 시스템에 허위정보가 수시로 유입된다는 사실 자체는 리스크로 지목된다.

앨런 웨스트 전 영국 해군참모총장은 "AIS 체계를 겨냥한 공격의 취약성과 빈도를 더 자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시급한 대처를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