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매각절차 착수…美 참사현장 상당수 추모공간으로, '시간 걸릴 듯'
수색끝 美아파트 붕괴현장 용도는…'추모공간 vs 새건물' 엇갈려

97명의 사망자와 1명의 실종자를 남기고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수색 작업이 끝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의 향후 용도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비극의 사고 현장을 추모 장소로 조성해야 한다는 견해와 새 건물을 지어 다시 들어가 살겠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일부 희생자 가족은 사고 부지에 새 아파트 건물 대신 추모 장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고로 누이를 잃은 마틴 랭스필드는 "땅을 팔지 말라는 게 아니다.

땅은 매각돼야 하고 우린 보상 받아야 한다"며 단지 부지를 카운티 등 정부 기관이 매입해 희생자의 존엄성이 존중받을 수 있게 아파트를 안 짓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편이 숨진 소리야 코언은 새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대신 부지 전체는 희생자를 위한 추도 장소로 남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우자, 부모, 조부모가 희생됐는데 그 위에 건물을 짓는 것을 상상해보라. 그런 모독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 더는 고통을 주지 말고 존중해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부지에 새집을 짓고 다시 들어가 살길 원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 붕괴 아파트 소유주들은 최근 법원에 새 건물을 짓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CNN은 "해변의 주거용 부동산은 야자나무가 거리에 즐비한 이 지역에서 수요가 많다"며 사고 부지 용도를 놓고 의견들이 분열돼 있다고 전했다.

찰스 버켓 서프사이드 시장은 "일부는 추모 장소를 원하지만, 일부 소유주는 되돌아가길 원한다"며 "양측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게 과제"라고 지적했다.

수색끝 美아파트 붕괴현장 용도는…'추모공간 vs 새건물' 엇갈려

마이클 핸즈먼 마이애미데이드 순회법원 판사는 이 사고와 관련한 법률·재정 문제를 감독하고 희생자 보상을 위해 해당 부지의 가치를 조사하고자 마이클 골드버그 변호사를 재산 관리인으로 임명한 상태다.

앞서 매각 대금이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던 그는 최고 1억1천만 달러(약 1천260억 원) 가치의 토지 매각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버켓 시장은 골드버그 변호사가 아파트 소유주 다수가 뭘 원하는지 파악해 결정을 내릴 판사에게 권고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로리다주는 "공공부지가 아니어서 주가 관여하진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버켓 시장은 해당 부지에 새 건물과 함께 추모 장소를 동시에 세우는 선택이 하나의 타협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적잖은 사건·사고 현장이 추모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001년 9·11 테러를 당했던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폭탄테러 장소는 수년 뒤에 추모 장소로 변모했다.

1981년 호텔 부분 붕괴로 114명이 숨진 캔자스시티 광장에도 추모 장소가 들어섰다.

호텔은 보수 후 운영을 재개했다.

코네티컷주 뉴타운 주민들은 2012년 초등학교 총격 희생자 26명을 위한 추모 시설 건립을 위해 올봄에야 투표를 진행했고, 58명이 숨진 2017년 라스베이거스 뮤직 페스티벌 총격 현장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추모공간 건립 계획이 진행 중이다.

미 상원은 지난달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격 현장을 국립기념관으로 지정하는 법을 처리했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펄스 나이트클럽은 신성한 장소"라고 했다.

CNN은 이런 사례를 봤을 때 결정 과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고, 핸즈먼 판사는 1년 이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