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 들어 기록적인 추위와 더위에 따른 가정용 수요와 경제 재개로 인한 산업용 수요가 급증하는 데 반해 공급은 정체 상태이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가격이 1년 만에 두 배로 뛰자 대체재로 석탄이 각광받으면서 석탄 가격도 덩달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상기후·경제 재개에 따른 수요 급증
천연가스 1년 새 두배 뛰어…대체재 석탄도 가격 급등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선물(7월물)은 장중 한때 100만BTU(열량단위)당 3.21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8일 종가는 3.215달러로 1년 전보다 96% 뛰었다. 여름철 시세로는 2017년 이후 최고가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유럽 시세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천연가스 선물(7월물) 가격도 올 들어 두 배로 올랐다.

산업용과 가정용으로 두루 쓰이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이상기후에 따른 수요 증가가 지목된다. 지난겨울 미국과 유럽 등에 한파가 닥쳐 난방 수요가 늘어나면서 천연가스 비축량이 줄어들었다. 미국의 천연가스 비축량은 지난해보다 16% 적으며 5년 평균치보다 4.9% 부족하다.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량은 최근 5년간 평균보다 25% 적다.

여기에 최근에는 기록적인 무더위가 덮치며 에어컨 등 냉방기기 가동률이 급등해 천연가스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 이달 들어 미 서부지역 최고기온은 40~50도에 달한다. 가뭄으로 수력발전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91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은 브라질은 전력 공급의 70%를 차지하는 수력발전을 할 수 없게 되자 미국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경제가 재개되면서 산업용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반면 공급은 정체 상태다. 미국에서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2019년 12월 정점을 찍은 뒤 좀처럼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 48개 주에서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지난 3월까지 11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천연가스 가격이 100만BTU당 1.5달러대로 폭락하자 천연가스 회사들이 증설 등 투자를 중단한 여파다.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면서 레인지리소시스, 안테로리소시스 등 관련 기업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40% 이상 뛰었다. WSJ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당분간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천연가스 부족하자 석탄 수요 늘어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탄 수요가 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민감한 유럽연합(EU) 회원국까지 석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스위스 에너지회사 악스포솔루션스의 앤디 솜머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석탄 사용 비중이 기존 10%에서 최근 15%로 올라갔다”고 전했다.

여러 국가가 가격이 뛴 천연가스 말고 석탄을 찾으면서 발전용 석탄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호주 뉴캐슬의 발전용 석탄 선물 가격은 최근 한 달 동안 27% 오르며 10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근 1년 동안 두 배 이상 뛰었다.

한편 국제 유가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날 런던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8월물은 전날보다 0.6% 오르며 배럴당 73달러를 넘겨 거래됐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이란과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의 회의가 이날 합의 없이 중단되면서 이란산 원유가 당분간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