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등 전력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가 치솟고 있지만 정부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정부는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전기료 인상 부담을 한국전력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전은 3분기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2분기와 마찬가지로 ㎾h당 -3원으로 책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조정단가가 이렇게 결정되면 가정과 기업에서는 전기료가 동결된다.

한전은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등 연료비가 상승하고 있어 조정단가를 2분기 ㎾h당 -3원에서 3분기엔 0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평균 350㎾h의 전력을 사용하는 4인 가구는 한 달 전기료를 1050원 올려야 한다는 게 한전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임의조정권을 발동해 2분기와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기료를 책정할 때 원유, LNG 가격 변화를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가 이를 두 분기 연속 위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한전에 떠넘긴 부담은 결국은 국민이 짊어져야 하는 몫”이라며 “정부가 에너지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