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경찰, 고무탄·섬광수류탄 등 동원해 강경 진압
가자지구 로켓포 발사 재개…이스라엘, 하마스 기지 공습 대응
이틀간 시위로 부상자 300명 발생…국제사회 긴장완화 촉구
팔레스타인 주민, 예루살렘서 또 격렬 시위…90여명 부상(종합)
동예루살렘 정착촌 등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팔레스타인 주민의 격렬한 항의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다.

9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예루살렘 구시가지와 정착촌 갈등의 중심인 세이크 자라 등에서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 라마단 '가장 신성한 밤'에 격렬한 시위…90여명 부상
라마단(금식성월) 기간중 가장 신성한 날로 여겨지는 '라일라트 알 카드르'(Laylat al-Qadr)를 맞은 8일 이슬람에서 메카, 메디나에 이어 세 번째 성지로 꼽히는 알아크사 모스크에는 9만여 명의 기도 인파가 몰렸다.

팔레스타인 주민, 예루살렘서 또 격렬 시위…90여명 부상(종합)
기도 참석자 중 일부는 이스라엘에 무력 저항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의 깃발을 들고 '텔아비브를 공격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다마스쿠스 게이트 광장 등 예루살렘 구시가지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또 구시가지와 멀지 않은 셰이크 자라 인근에서도 대규모 시위대가 돌을 던지거나 타이어 등에 불을 붙이며 새벽까지 경찰과 충돌했다.

전날 시위 도중 10여 명의 부상자가 나온 경찰은 병력을 늘리고 고무탄, 섬광 수류탄, 물대포, 최루탄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을 이어갔다.

가자지구 경계에서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쪽에서 폭발성 물질을 담은 풍선을 잇달아 날려 보냈고, 경찰은 최루가스를 발포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예루살렘서 또 격렬 시위…90여명 부상(종합)
이스라엘 경찰은 '공격 수단'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세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지만, 팔레스타인 측은 추가로 13명이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날 시위 현장에서 90명을 치료했으며, 대부분이 고무탄, 섬광 수류탄 파편을 맞은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

환자 가운데 14명은 임시 병원에 입원했으며, 부상자 가운데는 아동도 6명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적신월사는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주민, 예루살렘서 또 격렬 시위…90여명 부상(종합)
팔레스타인 주민, 예루살렘서 또 격렬 시위…90여명 부상(종합)
이스라엘은 경찰관 1명이 머리를 다쳤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모스크(이슬람 사원) 단지를 비롯한 예루살렘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로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205명과 이스라엘 경찰관 17명이 다친 지 하루 만에 벌어졌다.

이로써 이틀간 양측에서 3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다.

이 밖에도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9일 새벽 이스라엘 남부를 겨냥해 로켓포가 발사됐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주요 거점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 정착촌·성지 둘러싼 해묵은 갈등 또 폭발
잇따른 충돌의 배경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해묵은 갈등의 원인인 종교와 영토 분쟁이 있다.

여기에 이슬람의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이라는 종교적 배경이 더해지면서 폭발력이 커졌다.

폭력 사태의 시작은 지난달 말 이스라엘 당국이 라마단을 맞아 많은 사람이 모이는 다마스쿠스 게이트 광장을 이스라엘 당국이 폐쇄하면서 촉발됐다.

라마단 기간 매일 저녁 금식을 끝낸 이슬람교도들이 나와 식사를 하거나 시간을 보내는 광장을 폐쇄하자,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판단한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차량 등에 불을 지르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팔레스타인 주민, 예루살렘서 또 격렬 시위…90여명 부상(종합)
팔레스타인 주민, 예루살렘서 또 격렬 시위…90여명 부상(종합)
더욱이 극단주의 유대교 단체의 청년 회원들이 아랍인을 몰아내자며 맞불 시위를 벌였고, 아랍계 청년들이 유대인을 폭행하거나 반대로 유대교도들이 아랍계를 공격하는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양측간 감정이 격화했다.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은 최근 주요 정착촌 갈등이 이어져 온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에서 팔레스타인인 수십 명을 쫓아내겠다고 위협해 반발을 샀다.

일부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의 통제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반발을 '제3의 인티파다'로 규정하기도 했다.

인티파다란 '봉기'를 뜻하는 아랍어로 팔레스타인 주민의 대규모 반이스라엘 저항운동을 지칭한다.

◇ 아랍권, 이스라엘 강경 진압 맹비난…이스라엘 "법질서 지키는 행동"
연이은 충돌로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인근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잔인한 이스라엘, 테러국가 이스라엘은 무자비하고 비윤리적으로 예루살렘의 무슬림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슬림 국가들과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효과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요르단은 "야만적인 공격"이라고 이스라엘을 비판했고, 이집트와 튀니지, 파키스탄, 카타르 등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중동국가들도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예루살렘서 또 격렬 시위…90여명 부상(종합)
국제사회는 큰 우려를 나타내면서 즉각적인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중동 콰르텟'(Quartet:유엔·유럽연합·미국·러시아로 구성된 중동평화 중재 4자 협의체)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동예루살렘에서 매일 일어나는 충돌과 폭력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수세대 동안 살아온 집에서 팔레스타인 가족들이 쫓겨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미 긴장된 환경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일방적인 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이스라엘 당국은 자제력을 발휘하고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러나 경찰의 대응을 옹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예배의 자유를 허락하면서도 예루살렘에서 법과 질서를 보장하기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