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도 접종 보류
독 보건장관 "부작용이 효과 넘어선 안돼"

백신 여유 없는 한국은 전날 "접종 확대"
코로나 백신 중에서 한국 정부가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이 20여개 국가에서 중단됐다. 접종 후 뇌 혈전(혈액 응고) 등 심각한 부작용 의심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어서다. 한국은 오는 23일부터 65세 이상으로 AZ 백신의 접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정부는 15일(현지시간) 국민 안전 차원에서 AZ 백신의 접종을 일시 중단한다고 각각 발표했다.

앞서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불가리아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유럽 국가들이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아시아에선 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AZ 백신 접종을 유보하기로 했다.

이들 국가는 AZ 백신의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자 일단 유럽의약품청(EMA)의 추가 조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판단이다. EMA는 오는 18일 조사 결과를 내놓을 방침이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이날 “백신의 부작용이 접종의 효과를 넘어선 안 된다”며 “백신 승인을 담당하는 파울에를리히연구소(PEI) 권고에 따라 AZ 백신 접종을 1·2차회분 모두 일시 중단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AZ 백신이 뇌 혈전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례는 총 7건 보고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EMA 판단이 나올 때까지 AZ 백신 접종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와 EMA는 AZ 백신과 혈전 형성 사이에 인과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MA는 이번 사안과 관련, 오는 16일 안전성 위원회를 열어 추가 정보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8일 전체 회의에서 추가 조치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 과학자 역시 화상 브리핑에서 “여러 부작용과 백신 사이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측도 전날 성명에서 “EU와 영국에서 백신 접종을 받은 1700만여 명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혈전 위험이 증가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유럽 및 아시아 각국에서 AZ 백신의 사용을 속속 중단하고 나서자 한국 정부도 고민에 빠지게 됐다. 화이자·모더나 등과 달리 유독 AZ 백신에서만 심각한 부작용 의심 사례가 많아서다. 코로나 예방률 역시 AZ 백신은 70% 수준인 반면 화이자·모더나는 95%에 달한다.

질병관리청은 고령층 접종 효과 논란으로 보류됐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내 65세 이상의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37만여명의 접종을 이달 23일부터 시작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다음달부터는 코로나 감염에 취약한 노인시설, 장애인시설 등을 대상으로 접종을 확대하기로 했다.

별도로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AZ 백신의 1호 접종자(65세 이상)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돼온 안전성과 효과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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