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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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가 차기 이탈리아 총리를 맡아 달라는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제안을 3일(현지시간) 수락했다.

CNBC에 따르면 드라기 전 총재는 이날 로마 퀴리날레궁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을 면담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은 드라기 전 총재를 차기 총리로 지명하고 그에게 내각 구성 권한을 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라기 전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닥친 최악의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책무를 맡게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의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이탈리아에 제공하기로 한 2090억 유로(약 280조원)를 어떻게 사용할지도 당면 과제다.

이를 둘러싼 갈등은 최근 이탈리아 연립 정부 붕괴를 촉발한 주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지난달 정국 위기가 불거진 이후 드라기 전 총재는 중립적인 거국 내각 구성이라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돼왔다.

다만 그가 의회의 협조 속에 순조롭게 내각을 꾸릴 수 있을지, 새 내각이 의회 신임을 받을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새 내각은 상·하원의 신임안 표결에서 과반의 지지를 받아야 공식 출범할 수 있다. 당장 원내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은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금융경제통’으로 꼽힌다. 학계와 정부, 금융권을 두루 거쳤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탈리아 내 재무부 고위 관리와 중앙은행 총재, 세계은행 집행 이사, 골드만삭스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