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대출 프로그램 도입 등 유동성 확보에 초점
금리인하 예상 비켜 간 ECB의 코로나19 처방전…재정정책 압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경제적 파장에 유럽중앙은행(ECB)이 12일 내놓은 처방전은 양적완화와 은행의 유동성 확보 조치였다.

예금금리를 0.1%포인트 내리고 양적완화도 확대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상당히 비껴갔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캐나다와 호주, 영국의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인하해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ECB에도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진 상황이었다.

ECB가 예금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은 이미 예금금리가 -0.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현재 금리로도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부작용이 상당한 상황이다.

ECB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의 하나가 이미 상당히 사용돼 위력이 떨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ECB는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뒀다.

ECB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1천200억 유로(162조7천500억 원)의 순자산매입을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 월 200억 유로(27조1천200억 원) 수준의 순자산매입은 그대로 유지해 양적완화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금리인하 예상 비켜 간 ECB의 코로나19 처방전…재정정책 압박
또, 저금리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도입해 오는 6월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가)이 가동할 때까지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ECB의 이런 조치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타격을 입을 기업에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ECB는 보도자료에서 "금융시장과 은행 시스템에서 유동성 부족에 대한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은 필요 시 효과적인 백스톱(안전장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폭락세의 금융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유럽의 주요 증시는 이날 10% 이상 폭락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이 우선 대응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되고, 재정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적 피해를 막기 위한 회원국들의 대응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특히 유로존 재정당국이 보여준 안일하고 느린 움직임에 걱정이 든다"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로존 정부의 대부분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어서 가용 수단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요국과 긴밀한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날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라가르드 총재와 상황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