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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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300만 명인 대만의 코로나19 환자는 11일 오전 기준 47명(사망 1명)에 불과하다. 5100만 인구의 우리나라 환자는 7755명(사망 60명)에 이른다. 165배 차이다. 대만의 인구밀도는 우리보다 높다. 그런데도 마스크 수급 불안이 덜하다. 대만은 어떻게 ‘코로나 재앙’과 ‘마스크 대란’을 다 잡을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대만 정부의 위기 대응 리더십이 뛰어났다.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 차단 등 발 빠른 국경 관리에 나섰고,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사스’ 사태 때 출범한 중앙전염병지휘센터를 중심으로 관리 체계를 일원화한 것도 주효했다.

마스크와 관련해서는 첫 확진자 발생 사흘 만에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생산 라인 증설에 나섰다. 모자라는 인력은 군병력과 예비군까지 동원해 다각도로 지원했다. 우체국 직원 등을 투입해 ‘노 마진’ 유통으로 국민의 부담을 줄였고, 정부 시스템을 활용해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12일부터는 인터넷 구매도 허용하기로 했다.

⓵중국인 입국 차단 등 발 빠른 국경 관리

대만은 지난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쏟아지자마자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온 승객을 공항에서 선별 검진했다. 2월 7일부터는 중국 본토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홍콩과 마카오에서 오는 외국인도 막았다. 자국민 입국자는 14일간 자가격리했다.
대만의 대중 교역액은 한국과 비슷하다. 1인당 교역액은 한국의 두 배다. 중국 본토에서 일하는 대만인도 85만여 명에 이른다. 그런 상황에서도 대만 정부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⓶의료인·과학자 등 현장 전문가 의견 중시

미국 밴더빌트 의대의 감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섀프너 교수는 “대만은 사태 초기부터 보건당국과 과학자, 의사로부터 전문적인 조언을 구했고 그대로 실행했다”며 “이는 매우 좋은 전염병 대처 공식”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심각한 바이러스 앞에서 정치적인 계산이나 중국의 눈치를 보기보다 국민의 보건 안정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었다.

⓷정치 입김 배제한 질병관리체계 일원화

2003년 사스 사태 때 큰 타격을 입은 대만은 이듬해인 2004년 세계 최초로 중앙전염병지휘센터(NHCC)를 설립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천스중(陳時中) 위생부장(장관)이 이끄는 중앙전염병지휘센터가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정치인의 간섭은 철저히 배제했다. 천훼이 치 미국 오리건대 공중보건대 교수는 “대만은 사스 사태에서 힘들고 쓴 교훈을 얻은 만큼 매우 준비가 잘 돼 있었고 그 덕분에 코로나19를 잘 막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⓸마스크 수출 전면 금지, 생산 라인 증설

대만은 첫 확진자 발생 사흘 뒤인 1월 24일 의료용 마스크를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긴급 명령을 발동했다. 마스크 수출 금지와 함께 생산업체들에 24시간 공장 가동을 요청하며 생산 라인 증설 자금을 신속히 지원했다. 당장 마스크 생산설비 60대 등 추가 장비 구입에 필요한 자금 2억 대만달러(약 79억5800만원)부터 투입했다.

⓹군병력·예비군까지 동원해 인력 지원

마스크 제작 일손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인력 지원에 나섰다. 2월 2일 군 병력을 마스크 공장에 배치했고, 11일에는 예비군까지 동원했다. 마스크 공장을 군이 지키면서 밀반출을 막았다. 모든 마스크를 약국을 통해서만 유통하도록 하고, 마스크를 살 때는 반드시 의료보험 카드를 갖고 가서 정해진 양만큼만 살 수 있도록 ‘마스크 실명제’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마스크 매점매석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⓺우체국 직원 등 투입 ‘노 마진’ 유통

대만 정부는 마스크 생산량을 전부 사들여 구입가보다 판매가를 낮춰 팔았다. 마스크 유통을 위해 중화우정망(한국의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을 투입했다. 하루 근무 인원 약 7000명 중 3000명을 이에 배정했다. 국가 기관이 유통까지 맡으니 당연히 마진 논란도 없었다. 마스크 가격은 1월 30일 8대만달러(318원), 2월 1일 6대만달러(238원), 2월 6일 5대만달러(198원)로 내렸다.

⓻정부 시스템 활용해 재고 실시간 확인

대만 디지털부는 판매처별 마스크 재고 수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내일(12일)부터는 인터넷 구매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민 불편이 더 줄어들게 됐다. 대만의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400만 개(1월 30일)에서 500만 개(2월 17일), 820만 개(3월 첫 주)까지 늘었다. 다음 달이면 1300만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대만의 ‘모범 답안’을 뒤늦게 벤치마킹했지만 안타깝게도 세계 110여 개국에서 입국제한을 당하는 신세가 됐고, 마스크를 둘러싼 국민의 불만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2월 4일 후베이성 입국자만 차단한 후 거듭된 의료계의 중국발 외국인 전면 입국 금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스크도 초기 판단착오로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했다가 대통령이 몇 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확진자 수가 5700명을 넘은 3월 5일에야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도 대만보다 40일 이상 늦었다. 마스크 제조와 유통 현장에는 지원 인력이 아니라 감시 인력을 내려 보냈다. 대만 국민이 장당 200원에 사는 마스크를 우리는 1500원에 사고 있다. 유통마진이 600원이나 된다.

심각한 것은 산업현장의 마스크 부족이다. 국내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마스크 약 1100만 장 중 80%가 공적 마스크로 분류돼 개인에게 공급된다. 20%에 해당되는 220만 장만 기업과 단체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기업들의 기존 마스크 구매 계약은 무효가 됐다. 기업들이 마스크 3000장 이상 구매할 경우 제조업체가 정부에 이를 신고해야 한다. 1만장 이상 구매 땐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로 콜센터 사례에서 보듯 집단감염 우려가 높은 산업현장에서는 마스크 수급 초비상이 걸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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