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 휩쓰는 코로나19…"대유행 지금부터 시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내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을 막기 위해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각종 국제행사 및 집회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9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가 1128명이고, 사망자는 8명 더 발생해 모두 29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국가는 중국과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가 세 번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번 주말에 열릴 예정이었던 이탈리아 축구 1부리그인 세리에A 경기도 연기됐다. 연기된 경기 중에는 유벤투스와 인터밀란의 빅매치 경기도 포함됐다. 당초 세리에A 사무국은 주말에 열리는 5개 경기를 관중 없이 치를 예정이었지만 최종 연기 결정을 내렸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도 연일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이날 16명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해 프랑스 내 누적 확진자가 73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사회연대부 장관은 “제한된 장소에 5000명 이상의 대중이 모이는 모든 행사를 일시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3월 1일 예정됐던 파리 하프마라톤 대회가 취소됐다. 오는 3월 10~13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 최대 부동산박람회인 미핌도 행사 일정이 오는 6월 2~5일로 늦춰졌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29일 기준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7명에 달한다. 이탈리아(1128명), 프랑스(73명)에 이어 유럽 국가 중 세 번째로 많다. 지금까지 서남부에서만 발생했던 확진자가 북부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에서도 나오는 등 전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독일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3명이 추가돼 23명으로 늘어났다. 영국 보건부에 따르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세 명 중 두 명은 이탈리아, 한 명은 아시아 지역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보건당국은 전날 처음으로 영국 내에서 감염된 환자가 발생했다는 점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 내 확진자는 모두 해외에서 감염된 뒤 입국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영국 보건당국은 앞으로도 영국 내에서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인정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는 2일 코로나19 관련 긴급안보회의를 열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진 상황에 따라 학교와 국민보건서비스(NHS) 등 공공부문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ECDC에 따르면 일부 동유럽 국가를 제외하고 유럽에선 총 21개 국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확진자가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 중인 이탈리아 북부를 다녀오면서 감염됐다. 아직까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된 동유럽 국가는 상대적으로 보건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 확진자는 더 많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추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글로벌 위험도를 최고 단계인 ‘매우 높음’으로 올렸다. WHO는 지금까지 코로나19의 위험도를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에서만 ‘매우 높음’으로, 중국 외 지역에서는 ‘높음’으로 평가해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